어울리지 않는 부부 김영국  (Homepage) 2017-07-13(목) 06:00:14, 2350

수영구도서관 입구 한 개인주택에 달린 희한한 문패가 눈길을 끈다. ‘어울리지 않는 부부가 사는 집’이 그것이다. 대체 어떤 부부가 살고 있는 걸까. 나이 차가 많은 부부일까. 몇 살까지가 어울리는 차이일까. 혹시 여상남하의 부부일까. 요즘 그건 문제가 안 되던데. 꺽다리와 아담 사이즈가 살고 있을까. 어느 정도 키 차이가 나야 어울리지 않는 부부라고 할 수 있을까. 성격이 전혀 다른 사람이 부부로 살고 있을까. 성격이 서로 같아야 어울리는 부부일까. 궁합이 전혀 안 맞는 사람끼리 살고 있을까. 그걸 가지고 문패로 내세우진 않을 텐데. 일반적으로 어울린다는 것의 전제는 서로 같거나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혼 사유로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이 ‘성격 차이’가 아니던가. 미상불 같거나 비슷하면 상대적으로 신경 쓰거나 다툴 일이 적을 것이다. 이를테면 식성이 서로 다른 경우보다 같으면 부부가 신경 쓸 일이 적지 않겠는가. 우리 집사람과 나는 식성이 많이 다르다. 집사람은 된밥을 좋아하는 데 반해 나는 진밥을 좋아한다. 같은 맥락에서 집사람은 밤고구마를 즐기는데 나는 호박고구마가 좋다. 라면도, 국수도, 떡국도 집사람은 퍼지기 전이 좋고 나는 살짝 퍼진 것이 좋다. 대개 내 취향에 맞추어 살고 있지만 서로가 좀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식성이 달라서 좋을 때도 있다. 통닭을 시키면 아내는 가슴살, 나는 다리를 먼저 든다. 배추김치도 아내는 줄기와 뿌리 부분이 고소하다 하고 나는 잎 부분을 좋아하니 김치 접시가 깨끗이 정리된다. 특히 생선의 경우, 아내는 뻬에 붙은 살이 맛있다며 내가 싫어하는 대가리 부분을 정성스럽게 발라먹어주니 귀한 생선 하나도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먹어치울 수 있다. 문제는 같고 다름이 아닐 것이다. 같아도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달라도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지 않던가. 어쩌다 주례할 기회가 있으면 비익조와 비목어 얘기를 한다. 한 날개 한 눈만으로 살아오다 반대쪽 날개와 눈을 가진 짝을 만나는 것이 결혼이다. 서로 안 맞아 많이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 맞추려고 애쓰지 마라. 다만 한 방향으로 날갯짓을 하고, 한 곳을 바라보도록 노력해라. 그것이 궁합이다. 방향과 지향점만 같으면 다른 건 아무리 달라도 어울리는 부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나저나 대체 저 집의 부부는 어떤 마음으로 저런 문패를 내걸었을까. 우람한 대문, 깊고 넉넉한 골목 그 위에 거목으로 둘러싸인 정원 위로 지붕만 살짝 드러낸 저런 저택엔 대개 한복 입은 마님과 근엄한 회장님이 살고 있던데, 이 문패로 보아 대단한 반전이 숨어있을 것 같아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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