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먹는 법 김영국  (Homepage) 2017-06-27(화) 05:39:48, 2288

내 어릴 적 꿈의 직업이 둘이었다. 하나는 풀빵 장사, 다른 하나는 아이스께끼 장사였다. 이유는 단 하나, 그것들을 실컷 먹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앞에 풀빵 장수가 있었다. 땡전 한푼 없으면서 하굣길에 그 빵틀 앞에 어쩌자고 사촌동생과 함께 하염없이 서있었을까. 한참을 눈요기하다가 터덜터덜 걸어오던 동네 앞 뚝길이 어찌 그리 멀었던지. 아이스께끼는 중학교 때 만났다. 면내에 있는 중학교를 두고 30리 길 읍내 중학교에 다녔다. 그 멀고 허기진 하굣길에 들려오던 “아이스께~끼~”는 우리를 더욱 목마르게 하고 더욱 힘 빠지게 했다. 통을 깔고 앉아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이따금 외치는 아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서곤 했다. 차비 30원이 없어 그 길을 걸어다니던 우리에게 그것은 그냥 꿈일 뿐이었다. 다 못 팔고 남은 것은 집에 가서 다 먹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그 아저씨와 가족을 한없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이스께끼 위에 아이스크림이 있다는 것은 그 훨씬 뒤에 알았다. 내게 아이스크림은 단연 소프트콘이다. 어느 더운 여름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하얀 아이스크림을 소복이 담아주는 것을 발견하고 갔더니 의외로 가격도 저렴했다. 혀를 갖다 대니 그야말로 사르르 녹아들었다. 충격이었다. 세상에 이런 맛도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지금도 나는 롯데리아에 가서 500원짜리 소프트콘을 살 때마다 한껏 설레고 행복해진다.   내가 겨우 소형차를 구입해 타고 있을 때, 발 빠른 동료들 중에 중형차나 대형차로 갈아타기 시작했다. 선생인 주제에 소형차면 됐지,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대형차가 웬 말이야 하며 속으로 비아냥거렸다. 한번은 술자리에서 작심하고 친구에게 물었다. “그래 차 바꾸니 실제로 좋아?” “차는 딱 돈만큼 좋게 돼있어.” “어떻게 좋은데?” “글쎄, 아이스께끼하고 아이스크림의 차이랄까.” 금방 알아들었다. 나도 차 바꾸겠다고 결심했다.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기막힌 방법을 읽었다. 아이스크림을 이렇게 관능적으로도 먹을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터졌다. 나처럼 아이스크림에 대한 첫 추억에 끌려 허겁지겁 그렇게만 먹어오던 분들은 이제 이렇게 감질나게 한번 먹어볼 일이다. .......뚜껑에 묻은 아이스크림에 혀끝을 살짝 대어본다. 혀의 돌기마다 전해오는 감칠맛에 나는 안달이 난다. 빨리 나를 먹어봐. 부라보콘은 달콤하게 속삭인다. 유혹의 손길을 뻗는 부라보콘을 보란 듯이 한입 크게 베어 물고, 빨리 그 몸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싶다. 하지만 성급하게 굴지 않는다. 목구멍을 뜨겁게 달구며 내 혀를 부추기는 욕망이 자라나도록 그냥 둔다. 그것이 점점 더 살이 올라 목구멍과 가슴 한복판을 지나 복사뼈를 짓누를 때까지  참고 견디며 포장지에 붙은 미세한 아이스크림을 샅샅이 빤다. 그러면 부라보콘은 제 몸을 촉촉이 풀어내며 봉긋 솟아오르게 된다. 이제 가장 탐스러운 부분에 이빨을 들이댈 때다. 살 속 깊숙이 이를 박으면 나를 짓누르던 욕구가 순식간에 방출되며 화사한 황홀경이 찾아온다. 입천장을 뜨겁게 후려쳤다가 부드럽게 목젖을 통과하고 끝내는 말간 침에 의해 단 기억이 지워지는 일련의 과정, 천천히 그러나 격정적으로 부라보콘의 몸을 탐한다. 초콜릿이 살짝 묻은 꼬랑지가 남을 때까지.......    -천운영, <눈보라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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