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2천만원 김영국  (Homepage) 2017-06-13(화) 05:48:03, 2369

교장 초임지는 문현여중이었다. 다 그러하듯 나도 의욕 충만 상태였다. 그러나 워낙 돈이 없었다. 원래 한 학년 12학급이던 학교였는데 5학급으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학교운영비는 학급 수에 따라 배정되는데 그 운영비 태반이 행정실의 고참 여직원 두 분 등 학교직원의 인건비로 나가버렸다. 턱없이 크고 낡은 건물은 손볼 데 투성이었다. 간혹 교보재 구입을 타진하는 선생님이 있어 행정실에 물어보면 언제나 대답은 예산이 없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동여고에 가니 돈이 넘쳐났다. 학교 규모도 크고, 보충수업비의 간접비 덕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눈에 번쩍 띄는 공문이 왔다. 상금을 걸고 업무경감 우수사레를 공모한다는 것이었다. 덤벼보기로 했다. 마침 업무경감은 평소 내 소신과 일치하지 않는가. 다문 몇백만원이라도 걸리면 이 보리숭년에 그게 어딘가.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정리하니 거의 20쪽이 되었다. 석사 논문 말고 내가 쓴 가장 긴 글이었다. 부장들에게 초고를 돌려 검토하게 한 뒤 교육청으로 보내버렸다. 교육청에서 현장점검을 나온 걸 보고 일단 수상권에는 들었나 보다 했는데 뜻밖에도 중고등부 대상이었다. 상금이 무려 2천만원이었다. 가뭄에 단비가 아니라 물폭탄이었다. 거금의 용도를 두고 연 직원회는 모처럼 푸짐한 생일상을 앞에 둔 듯 행복했다. 자잘한 숙원 사업들이 일거에 해결되었다. 그리고 각 교실에 전동 지우개털이를 달았다. 아마 부산시내에서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좀 아쉬웠던 건 회식비로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았다. 선생님들 좀 서운하지 않았을까.ㅠㅠ 아래는 그 보고서의 서문입니다.(부끄부끄)               ************************************************                     업무경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본말전도(本末顚倒)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될 말이다. 무엇이 본질이고 무엇이 지엽인가. 본질은 뒷전에 두고 지엽에 매달려 허둥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런 자의식 없이 외부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어느 새 본질은 간데없고 지엽만 무성해지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침체는 이를 외면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교육의 본질이자 학교의 본령이며 교사의 본분인 수업은 뒷전으로 밀쳐놓고, 공문처리, 실적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문을 요령 있게 처리하는 교사가 능력 있는 교사로 평가받고, 잡다한 실적을 고루고루 많이 쌓은 학교가 우수학교로 둔갑된 것이 현실이었다. 설동근 교육감께서 취임하시어 줄기차게 교원의 업무경감을 주창하고 계신 것은 교육계의 이러한 병폐를 꿰뚫어 보시고, 지엽으로 치닫던 교육의 큰 물줄기를 비로소 본질로 돌려놓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아첨끼 풀풀^^) 우리학교 김영국 교장선생님의 부임 일성이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학교의 역점시책을 ‘사교육이 필요 없는 교수-학습’으로 정하고는, 수업의 질을 높여 학생들의 학력을 향상시키는 데 학교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 본질 구현에 장애가 되는 지엽 곧 잡무는 과감하게 제거되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2001 부산광역시교육청 업무경감 모니터로 활동한 바 있는 교장선생님은, 업무경감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고, 그 방법에 있어서도 이미 나름의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오글오글^^) 교장선생님을 중심으로 우리학교는 다음과 같은 방침에 따라 업무를 경감하여 교육력을 제고하는 교육본질 회복작업에 임하였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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