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정 유적지 유감 김영국  (Homepage) 2017-05-18(목) 06:00:26, 3223

수영강에 과정교가 있다. 그 망미동 쪽에 과정로가 있고 또 그 언저리에 과정초등학교도 있다. ‘과정’(瓜亭)은 고려 인종 때 내시랑중을 지낸 정서(鄭敍)의 호다. 그는 의종 즉위 과정에 모함을 입어 동래로 귀양을 왔다. 곧 다시 부르겠다는 의종의 언약을 믿고 정자에서 거문고를 뜯으며 소일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애달픈 심정을 노래로 만들어 거문고에 실어 불렀다. 그 노래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던 정과정이다. 그 노래가 워낙 처량하여 듣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고 한다. 고려 후반기엔 가객들이 즐겨 부르고, 조선 왕조에 이르러서는 ‘삼진작’이라는 이름으로 궁중에서도 연주되었다. 악학궤범 시용향악보 대악후보에 그 가사와 악보가 전해지고 있다. 그 시의 국문학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고려가요 가운데 작자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고, 충신연주지사 유배문학의 원류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시가 아름답다. 동국여지승람에 이 노래가 지어진 곳이 동래부 남쪽 10리라고 기록되어 있으나 정확한 위치는 알 수가 없다. 옛날에 레미콘 공장 인근 수영강변에 초라한 표지석 하나 동그마니 서 있었는데 그마저 도로를 내면서 밀려나는 운명이 되었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해 하다가 잊고 지냈다. 얼마 전 과정교를 건너 코스트코 가는 오른쪽 길에 우연히 유적지 안내판을 발견하였다. 다음 날 차를 두고 걸어서 찾아갔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수영강변 산책길에서 e-편한세상 아파트를 거쳐 가는 것이 그나마 편한 길이다.) 입구 안내판을 보니 2007년 12월에 완공되었다. 10 년을 지나다니면서 몰랐던 것이다. 주차공간도 좁았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팔각정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아래 시를 새긴 비석, 원래 위치에서 옮겨온 바위(경암)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벤치 몇 개가 마련되어 있었으나 사람이 앉은 흔적이 없었다. 정자에 올라섰다. “아! 이건 아니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터졌다. 소음의 극치였다. 바로 뒤에 도시고속도로,   앞에는 새로 낸 좌수영로 그리고 왼쪽에 두 도로를 연결하는 램프가 있었다. 공원이 아니라 세 도로에 갇힌 작은 삼각 섬이었다. 매연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 정자에서 거문고를 뜯으며 노래를 불렀다고?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난청이 되고 기관지가 막힐 것 같았다. 대체 누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곳에 유적지를 꾸밀 생각을 했을까. 지방마다 작은 꼬투리라도 있으면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축제를 열거나 관광지를 조성하는 판인데 이 좋은 소재를 이렇게 팽개칠 수 있는가. 정과정은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모함으로 버림받은 여인의 심정에 의탁한 노래이다. 얼마든지 애틋한 연가로 읽을 수 있다. 남아있는 악보를 바탕으로 당시의 노래로 복원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가사를 다듬어 현대 가곡이나 가요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밀랍으로, 거문고를 켜고 있는 정서를 형상화하여 정자에 앉혀놓고 그 음악들을 번갈아 틀어주면 얼마나 운치 있는 유적지가 되겠는가. 어떻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유적지를 옮기는 것이다. 그 지독한 소음과 매연 그리고 외로움에서 정서와 정과정을 구출하는 것이다. 시민이 즐겨 찾아 쉬고 싶은 곳, 정과정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곳, 원래 위치와 가까운 곳으로 옮겨야 한다. 역사의 현장, 휴식과 문화의 공간 그리고 교육장으로서 부산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다.

최영도		교장선생님, 잘 계시죠. 몇 해 전, 과정교가 개통되었을 때 정과정에 들렀던 사진 몇장을 첨부해 보았습니다. 물금에 있는 양산 오봉산을 찾게 되면 낙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편 능선길 큰 바위에 `임경대`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의 후반부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한데 약간 지형이 험한 등산로에 자리잡고 있어 양산시에서는 일반인들이 찾기 쉽도록 200여m 아래 지점인 1022번 국도변에 정자를 짓고 주차장을 만드는 등 2005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그 일대를 역사공원으로 복원시키는 공사를 완료하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명승지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우리 부산 같으면 영화의 전당 앞 `APEC 나루 공원`에 정과정을 조성해 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 `양산 오봉산 임경대 이야기` 바로 가기(클릭)	2017-05-18 07:16:50
김영국		사진, 감사합니다 나루공원, 수영사적공원, 고분군이 있는 배산 기슭, 아니면 수엉강 산책로와 차도가 연결될 수 있는 공간 등 접근하기 쉽고 조용한 곳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백면서생의 탁상공론이긴 하지만^^	2017-05-18 09:29:45
최영도		이 글을 본 후 아침에 부산시청 민원코너 제안신청에 제안하려고 시도했는데... 시청 홈페이지 제안신청 코너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아쉽게 다음 기회 다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2017-05-18 09: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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