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장님의 씁쓸한 회고 김영국  (Homepage) 2017-04-25(화) 06:03:02, 2442

구완와사로 입원 중일 때 일이다. 비슷한 또래의 늙은이 네 명이 그렇고 그런 병으로 2주간을 한 병실에서 보냈다. 간병인이 필요 없는 얼핏 보아 나이롱환자들의 집합이었다. 정해진 시각에 침 몇 방 맞고 나면 종일 빈둥거리다가 저녁이면 통닭, 족발 등을 몰래 사들여왔다. 간 큰 환자는 소주를 수면제 삼아 마시기도 했다. 젊은 시절의 무용담을 재탕 삼탕 우려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A는 어찌 보면 부처님 같고 또 달리 보면 금복주를 빼다놓은 듯 바라보기 편안한 그런 인상을 갖고 있었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데 한양공대 건축과를 나왔다고 했다. 부산지하철 공사도 했고 유수한 아파트 시공 현장 감독도 했단다. 그러나 외모가 말해주듯 공사판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결국 노가다 생활을 접고 자영업을 전전했다고 한다. 최종 직업이 마트 사장이었다. 미남 교차로 부근 목 좋은 곳에 꽤 큰 규모의 점포를 열었다. “하루 매출이 얼마나 됐어요?” “한 200” “와! 한 달에 6000이네. 얼마나 남아요?” “약 20 퍼센트.” “그래도 1200이네. 대단했네, A사장님!” “무슨 말씀입니까. 거기에서 점포세, 전기세, 종업원 월급......” “그럼 사장님 몫은?” “대략 백 칠팔십 정도.....”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경험도 없이 무모하게 크게 덤볐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해운대에서 작은 마트 편의점 등을 한 10 년 운영하면서 그 방면의 노하우는 다 터득한 터였다. 그리고 기울인 노력도 눈물겨웠다. 밤 근무를 맡을 알바가 없어 밤 시간은 사장의 몫이었다. 주간에는 자고 쉬어야 하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거의 24시간을 연속 근무를 한 셈이었다. 그렇다고 생애 마지막 사업으로 벌인 일인데 문을 닫을 수도 없었다. 몇 년을 버티다가 기진맥진하여 결국 폐업을 했다. 그 얼마 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것이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우리가 만났을 땐 많이 회복된 상태였다. 돌이켜보니 결국 종업원 좋은 일만 시키고 자기는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대선을 앞두고 최저임금제가 또 도마에 올랐다. 앞 다투어 올리겠다고 공약을 했다.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현재의 수준이 많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시간당 1만원까지 올릴 시한을 경쟁시키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영세자영업자들의 처지는 생각해보았을까. 겨우 겨우 버텨가는 그들이 살아남을 길은 종업원을 줄이는 것뿐이다. 음식점이나 주유소엔 셀프가 대세가 되었다. 아파트나 빌딩 등엔 CCTV를 설치하여 경비원을 줄인다. 그럴 처지도 안 되면 A사장처럼 사장만 골병이 든 채 폐업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살아남은 종업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덕을 보겠지만, 애먼 종업원들은 더 적게 받을 용의가 있는데도 밀려나고 있거나, 아예 취업문을 두드려보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멀쩡한 전문직도 로봇에게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최저임금은 올리고 4차 산업혁명은 앞당기겠다면서 일자리는 획기적으로 늘리겠다는 자가당착적인 공약을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내놓고 있다. 최저임금 얘기만 나오면 심쿵하는 사장과 실직 걱정하는 종업원 사이에 불편한 냉기류가 흘렀다던 A사장의 씁쓸한 회고담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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