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꾼 성석제 김민서  (Homepage) 2010-01-09(토) 07:39:43, 8395

재작년부터 제가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책을 읽는 일입니다. 눈이 나빠지고 한 몇년 책이라고는 전혀 보지 못한 사이에 책읽기에 대한 갈증이 몹시도 컸던 때 점자 도서관이나 전자 도서관 등을 통해 녹음 도서나 워드 작업된 책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거의 미친 듯이 밤잠까지 설쳐가며 몰두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보석같이 아름답고 훌륭한 좋은 작가들과 작품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무척 기뻤습니다 새삼 거명할 필요도 없는 한국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 그래서 앞으로 한동안, 활발한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저의 단상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왕팬이 된 사람은 성석제입니다. 이 작가의 소설들을 보며 처음 느낀것은, 글을 잘 쓴다고 해서 말을 잘 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는 실제로 만나면 밤새도록이라도 배잡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뽀다리를 풀어놓을 사람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성석제는 정말 재담군입니다. 그의 소설을 읽고나면 마당굿판을 한판 보고난 느낌이랄까요. 유머와 해학 풍자 허풍 농담들을 줄줄이 천연덕스럽게 풀어놓는그 재치라니...... 그러면서도 삶에 대한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는 건 그의 소설이 입담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는 시로 등단하여 여러 권의 소설집과 시집, 산문집을 냈는데,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황금의 나날, 순정,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궁전의 새, 소풍, 재미나는 인생,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등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궁전의 새'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린 도둑과 40마리의 염소, 궁전의 새 등 중장편 두편이 묶어져있는 소설집입니다. 두편다 시골 은척이라는 동네에 사는 장원두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성장소설류의 작품인데 옛날옛날에...라고 시작하는서두부분을 봐서도 알겠지만 한편의 재미난 동화를 들려주고 있는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어쩌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사기꾼, 도둑 깡패 부랑아 같은 인간말종들인데 원두라는 소년 역시 그 동네 가장 부유한 집안의 손주이면서도 거짓말을 밥먹듯 하고 염소들을 괴롭히는 등 다소 교환한 면이 있는 아이지만 애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인물입니다. 그의 이런 식의 인간탐구는 그들이 별난 인간들이기는 하지만 또한 우리네의 보편적인 살아가는 모습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소설은 우선 재미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읽는 동안 혼자 배실배실 키득키득 웃어가며 몰입하게 만드는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랍니다.

김민서		기다리던 와중에 새 소설집'지금행복해'가 나와서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2010-01-10 12: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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