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 이야기 - 어떤 고백 김민서  (Homepage) 2010-01-31(일) 14:24:07, 8115

민이와 저는 잠자리에 누워 잠들 때까지 안고 부비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오늘은 사과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잘못한 일이 있으면 사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하고 그렇게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뭐 이런 얘기 정도겠죠. 그 끝에 제가 물었습니다. "민이는 유치원에서 '잘못햇습니다.'라고 한 적은 없었니?" 없다고 단호히 대답하던 민이는 한참 생각하더니 "아니아니요, 딱 한번 있었어요." 라고 대답합니다. 여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기에 반짝 호기심이 동해서 어떤 일이었냐고 물었지요. "전에 받아쓰기할  때 틀려도 되는데 선생님께 혼날까봐 고쳤어요." 사실은 얼마 전에 학부모면담을 갔을  때 선생님께서 그 이야기를 하셔서 알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받아쓰기 시간에 분명히 글자 하나를 틀리게 쓰는 것을 보았는데 채점할 때 보니 맞게 고쳐져 있어서 민이를 불러다 물어보신 모양입니다. 울먹울먹 하면서 고쳤다고 대답을 하더랍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너무 곧이곧대로인 성격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우리 민이도 꼼수라는 걸 쓸 줄 아는구나,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짚을 건 짚고 넘어가야지 생각했으나 선생님께도 타이름을 받았고 먼저 말하지 않은 일에 제가 아는 체를 하면 혹 자존심을 다치지 않을까 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이야기를 스스로 꺼낸 것입니다. 엄마에게  말해 주어서 고맙다 하고 시험 답안은 모르는 건 틀려도 된다고, 틀리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 주고 어떤 것이 잘못된 일인지 이야기해 주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이키우면서 힘든 일 중 하나가 일관성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실수나 잘못에 어떤 경우에는 야단을 치고 어떤 땐 웃고 넘어가게도 되는데 저의 이런 태도가 민이에게 혼란을 주지는 않을까 간혹 염려스럽습니다. 그래도 기본 품성이 착하고 고운 아이라는 걸 믿기에 그런 염려는 뒤로 밀어두기로 합니다. 달별님께서 주신 침낭 속에서 민이는 곧 잠이 들었습니다. 저 침낭 속에서 자는 걸 좋아해요. 이불을 차내지 못하고 체온을 유지하면서 자서 그런지 한참 달고 있던 코감기가 침낭 속에서 자고부터 깨끗이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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