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과 '어느' / ‘몹쓸’과 ‘못쓸’ 김정식  (Homepage) 2013-06-23(일) 19:40:35, 7515

‘몇’과 ‘어느’   수나 양을 물을 때 보통 ‘몇’이란 의문사를 쓴다. “남은 쌀이 모두 몇 되인가?”, “오늘은 몇 마리나 낚았습니까?” 하고.   그런데 이 ‘몇’을 “너 몇 학년, 몇 반이냐?”, “귀관은 몇 사단 몇 연대인가?”처럼 숫자와 관계 있는 모든 물음에 쓰고 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인 ‘2학년 3반’이나 ‘3사단 6연대’ 등은 수나 양이 아닌, 차례로 붙인 명칭(이름)이다.   그러므로 “어느 학년, 어느 반이냐?”, “어느 사단, 어느 연대인가?” 하고 물어야 한다. 주소를 물을 때도 어느 동, 어느 통, 어느 반이냐고 해야 한다.      영어나 일본어도 이 점은 우리와 같다. 미․영국인이 ‘How much grade(몇 학년)’이라 하지 않고 ‘Which grade(어느 학년)’라고 한다든지, 일본인들이 ‘いく(幾) 學年(몇 학년)’이라고 하지 않고, ‘なん(何) 學年(어느 학년)’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몇’과 ‘어느’를 구별해 쓰는 데 참고가 될 것이다.       ‘몹쓸’과 ‘못쓸’      “못쓸 왜놈들 때문에 피해 다닌다오.”, “아들은 문둥병이란 못쓸 병으로 소록도에 살고 있대요.” 들에 쓰인 ‘못쓸’은 틀린 표기로 ‘몹쓸’로 써야 옳다.    ‘몹쓸’은 ‘몹시 악독하고 고약한’을 뜻하는 관형사로, 질이 안 좋은 사람이나 행동에 써서 ‘몹쓸 놈, 몹쓸 계집, 몹쓸 노릇, 몹쓸 짓’ 등으로 쓴다. 또 고치기 힘들거나 무서운 병에 ‘몹쓸 병’ 하고 쓴다. 이 ‘몹쓸’이 쓰인 자리에 ‘고약한’을 대신할 수도 있다.   이와는 달리 ‘못쓸’은 ‘쓰다’의 관형사형 ‘쓸’의 앞에 ‘못’이란 부정 부사가 합친 것으로, “거짓말을 하면 못써.”에서처럼 ‘옳지 않다, 안 된다’는 뜻이 있고, “어머님 상을 치르고 나더니 얼굴이 못쓰게 됐구나.”처럼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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