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과 ‘껍데기’ / 그치다’와 ‘멈추다’ 김정식  (Homepage) 2016-07-22(금) 12:40:33, 7311

‘껍질’과 ‘껍데기’   “소라 껍질을 귀에 대면, 먼 동쪽 바다의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사과 껍데기는 몸에 좋단다.” 모두 잘못된 말들이다.      ‘껍질’과 ‘껍데기’는 ‘어떤 물체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이란 점으로는 같으나, 분명히 뜻이 다르므로 구별해 써야 할 말이다.   ‘껍질’은 딱딱하지 않은 무른 물체의 거죽을 싸고 있는 질긴 물질의 켜를 말한다.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의 표피는 ‘껍질’이다.  ‘껍데기’는 달걀이나 조개, 단단한 과실 등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로, 조개껍데기, 호두껍데기, 잣껍데기 등이 있다. ‘껍데기’는 또 알맹이는 빼 내고 겉에 남은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이불껍데기’가 그 예다.     또 ‘조개껍데기’를 달리 ‘조가비’라고도 하는데, 이는 시적인 맛을 느끼게 하나 표준어가 아니요, ‘조갑지’란 말 역시 비표준어이다.    그치다’와 ‘멈추다’   지금까지 계속되던 행동이나 소리가 정지 상태가 된다는 뜻으로‘그치다’와 ‘멈추다’가 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왔다.”, “요란한 총성이 채 멈추기도 전에 이토히로부미는 쓰러졌다.” 등에 쓰인 ‘그치다’와 ‘멈추다’는 서로 바꿔 쓸 수도 있으나 그 양상은 다르다.    ‘그치다’는 동작보다는 상태의 종료 여부를 나타내는 서술어다. “내 방에서도 빈대가 그치지 않고 나왔다.”, “봄부터 늦가을까지 꽃이 그치지 않는다.”에서 ‘그치다’ 대신 ‘멈추다’를 쓰면 어색하다.      이에 비해 ‘멈추다’는 주로 작동이나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어 그것이 정지함을 나타낸다. “기차가 서서히 멈추자, 헌병들이 열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목구멍이 막히던지 먹기를 멈추고 물을 찾았다.”에는 구체적인 행위 자체가 다음 활동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마치 화석처럼 서 버리는 것이다. 여기에 쓰인 ‘멈추다’를 ‘그치다’로 바꿔 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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