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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로 바라본 아이들의 자화상
2010-11-10(수) 10:14:54, 17630
야간자율학습 시간. 교실을 순회하다 우연히 책상 위에 적힌 한 아이의 낙서에 발걸음이 멈춰 섰다. 아이는 한 장의 종이 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무질서하게 적어두었다. 누군가가 강요해서 쓴 글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허심탄회하게 적은 글이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는 듯했다.

낙서에서 그 아이는 생활하면서 가지고 있던 모든 불만을 토로하였다. 그리고 심경의 변화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넋두리를 있는 그대로 적어둔 것 같았다. 때가 때인지라 낙서 대부분이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래서일까? 지원한 대학과 가고 싶은 대학 여러 개를 적어놓고 오엑스(OX)로 표시해 두기도 하였다.

특히 입시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낙서는 모든 아이가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무엇에 화가 났는지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심한 육두문자가 포함된 낙서도 있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독백의 글도 눈에 띠었다.

종이 끄트머리에 굵은 글씨체로 "선생님과의 상담은 언제?"라고 적은 글은 분명히 담임인 내게 하고 싶은 말 같았다. 그리고 지웠다 쓰기를 반복한 낙서도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기까지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종이 군데군데 죽고 싶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쓴 낙서가 있는 것으로 보아 근래 아주 힘든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담임으로서 아이들의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돌이켜 보면, 담임을 연임하면서 아이들과 한 대부분 상담 내용이 대학진학지도와 관련된 것이었지 진정 아이들의 고민을 가지고 상담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이것 또한 아이들에게는 불만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비록 한 장의 종이 위에 쓴 낙서이지만 이것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에 대한 불평불만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알 수가 있었다. 이는 지난 9월에 실시한 단답형 교원평가 설문내용보다 더 진솔한 아이들의 마음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낙서의 주인공은 평소 말 한마디 하지 않을 정도로 내성적인 여학생이었다. 그리고 가끔 내가 말을 걸면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그러기에 이 아이의 낙서는 내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내용의 낙서를 한 이 아이가 지금까지 선생님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거나 교우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자신의 스트레스를 이런 식으로 해소했을 뿐이었다. 이것 때문에 그 아이를 나무라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입시를 위해 매일 밤늦게까지 그리고 주말도 잊은 채 공부를 해야만 하는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방법 또한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고작해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피시방 등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아니면 친구들과 휴대전화로 수다를 떤다든지 MP3로 음악을 들으며 시름을 잊곤 한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과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발견한 한 아이의 낙서로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단적으로 읽을 수가 있었다.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갈수록 사제 간의 정이 퇴색해져 가는 요즘 아이들과의 불협화음이 두려워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보다 이번 일로 아이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쳐 왔던 아이들의 낙서에도 가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영도 김선생님, 교육사랑 관리하고 있는 최영도입니다. 한 번 뵌 적도 없는데 선생님의 글 이런 곳에서 대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일상이 되다보니 무감각해져갈 때마다 선생님의 섬새한 글과 마음대하며 제 생활을 돌아보게됩니다. 늘 건강하시고 언젠가는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한 번 뵐 수 있는 기회도 있지않을까 기대해 보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11-10
11: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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