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 추억 6 정일근  (Homepage) 2017-10-26(목) 07:08:41, 7050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 짓는 일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못 견딜 두려움으로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내 무덤에는 그리움만 소금처럼 하얗게 남게 하소서 안도현/ 사랑 ~~~~~~~~~~~~~~~~~~~~~~~~~~~~~~~~~~~~~~~~~~~~~~~~~~~~~~~~ ㅡ 사랑하는 일은 웅크린 짐승처럼 고독한 것ㅡ 사랑은 기도다 사랑하는 일은 매일매일 기도문을 쓰며 기도 하는 일이다 안도현 시인이 사랑의 닷맛 쓴맛을 알기 시작했던 나이는 서른 즈음 이었던 것 같다 '서른 즈음에 쓴 사랑'이란 시는 사랑의 기도문이다 기도는 종교 의례지만 사랑에 기도하는 일은 사랑의 무게가 종교의 무게와 같아지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기도, 그건 주술이다 주술은 소리내어 반복되는 일이다 반복에 반복을 되풀이하며 결국은 사랑은 자신에게 주술을 거는 일이다 주술에 걸리지 않으면 사랑이 마법이 될 수 없다 안도현 시인은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죄짓는 일이 되지않게 하소서, 라고 기도를 시작한다 사랑이 사랑으로 거룩하기를 기도하는 사람은 사람의 사랑의 죄가 되지 않기를 열망한다 죄가 되는 것은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 그것이 사랑에 대한 자세라고 생각하기에 '나로 하여 그이가 눈물짓게 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우리는 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물짓게 하는 일이 죄라는 것을 알기에 사랑하는 일은 웅크린 짐승처럼 고독한 것이다 고독하여 눈물이 바다를 이루기도 하는 것이다 누구든 사랑을 하는 순간부터 시인이 되고 고독해 진다 진실로 고독해질 때 사랑의 기도는 시작되고 사랑의 기도가 시작되면서 심장에는 오직 사랑의 붉고 뜨거운 피만 흐른다 자신의 심장에 붉은 피에 펜을 찍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사랑의 시를 쓴다 그런 사랑이기에 사랑은 더욱 더 간절한 기도다 기도하며 '사랑으로 하여 못견딜 두려움으로/스스로 가슴을 쥐어뜯지 않게 하소서' 라며 통곡의 벽앞에서 펑펑 울고 있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데 못견딜 두려움이 어디 있겟는가? 라고 당신은 반문할 수 있겟지만 사랑하기에 못 견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스스로 가슴을 쥐어뜯고 제 가슴을 큰 북처럼 두드리며 통곡하는 고통이 사랑에 있는 것이다 그 고통의 바다를 건너야 당신은 사랑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의 끝이 있는가? 죽음이 사랑의 끝인가? 아니다 사랑에는 끝이 없다 사랑은"사랑했었노라" 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한다" 는 현제진행형이라야 한다 그래서 '사랑으로 하여 내가 쓰러져 죽는 날에도/ 그이를 진정 사랑했었노라 말하지 않게 하소서' 염원하는 것이다 죽음의 순간에도, 죽은 먼 훗날에도 사랑의 기도는 "사랑한다"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안도현 시인의 "사랑"을 기도문 처럼 수첩 한장에 또박또박 적어놓아라 세상이 기름져 사랑의 가치가 하락하는 이 시대, 틈이 나는 대로 이 기도문으로 기도하며 사랑하라 사랑앞에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고 사랑을 기도하는 자, 죽어서도 그 사랑 영혼의 소금처럼 빛날 것이니!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연애시 추억 7
다음글 :	연애시 추억 5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