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정호봉  (Homepage) 2010-07-17(토) 06:13:55, 3881

......옛일 생각하니 서러워 눈물이 난다 운봉의 그 훌륭한 맛과 향기는 남쪽에서 마시던 그 맛이 완연하다 그래서 화계에서 찻잎 따던 일을 말한다. 관청에서는 어린 아이,노인 마구 불러내어 험준한 산비탈 다니며 간신히 찻잎 따 모아 머나먼 서울까지 등짐으로 져 나른다. 이는 백성의 애끓는 고혈이며 숱한 사람들의 피땀이다. ......일천 가지 허물어 한 모금 차 마련하니 이 이치 알고 보면 참 어이없다. 그대 다른 날 간원(諫院)에 들어가거든 내 시의 은밀한 뜻 꼭 기억해 주시게 산과 들의 차나무 불살라 茶 세금 멈춘다면 남쪽 백성 그 얼마나 편할까.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실린 이규보의 詩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차가 함양의 토산품이라 되어있고 점필재 김종직(1431~1492)이 함양군수로 있을 때에는 차나무가 매우 귀했다고 한다. <세종실록지리지>가 편찬된 지 17년 뒤에 김종직이 함양군수로 부임했으니 17년 사이에 무슨 변고가 있었거나,두 기록 중에서 하나는 잘못됐다. 영남사림학파를 이끌었던 강직하고 청렴했던 선비임을 상기할 때 <점필재집>10권의 기록은 생생한 외침이다. "차를 조정에 올려야 하는데 우리 군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해마다 백성들에게 차를 공물로 바치라고 한다.백성들은 전라도에 가서 차를 사와서 공물로 바치는데,쌀 한 말을 가져가면 차 한 홉을 살 수 있다.내가 이 군에 부임한 초기에 그 폐단을 알았다.그래서 차 공물을 백성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군의 돈으로 차를 사서 공물을 바쳤다." 그리고 엄천사 북쪽 대밭에서 몇 그루를 찾아내어 그곳에 차밭을 만들고는 4~5년 만 지나면 조정에 올일 수량이 된다고 시 두 편까지 지었다. 어쨌던 지리산 동남쪽에 사는 농민들이 고려 때부터 차 공물 폐단에 시달려 왔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다. 고려 청자의 빛깔을 민중의 한 서린 표정이라고 한 것은 1970년대 우리나라 민중 운동의 선구였던 <씨알의 소리>함석헌이다. 청자로 만든 찻잔에 향기로운 차를 마시면서 풍요와 권세를 한껏 누렸던 귀족들의 뒷 그늘엔 남쪽 땅 농민들의 원한과 저주의 함성이 찻물 끓는 소리로 울었을 지도 모른다. 김종직은 자신의 도학사상을 강론하거나 저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순으로 가득찬 현실을 개혁하고 불의의 근원을 없앰으로써 백성의 삶 가운데서 정치의 이상이 실현되기를 추구 했던 사람이다. 백성들의 고단한 삶 구석구석을 챙겨 주고 보살펴 줌으로써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어진 선비의 덕망은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이며,그 아름다움이 곧 차의 본질이다. 존경하는 정동주님의 <한국인과 차-그 사색의 열린공간>에서 요약한 글이다.  "차를 알고 마시는 민족은 흥하고,이를 모르고 마시지 않는 민족은 망한다." 다산茶山선생의 천둥같은 깨달음이다. 나는 茶 전도사가 되고 싶다. 대한민국 온 백성이 茶를 마시는 그 날까지 차를 전하고싶다. 부산에 가면 범어사 아래 예암도예에 꼭 들린다. 예암님이 이 茶, 저 茶,온 갖 茶를 내놓는다. 예암님은 부자다. 온 종일 茶만 마신다. 시도 때도없이 오골계가 울어대는 예암도예가  이 새벽 그립다.

강희대		글 잘 읽었어요......예암도예 오시면 보이차 대접 할께요.....	2010-07-19 09: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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