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로부터 지적을 받다. 김동희  (Homepage) 2007-09-23(일) 20:32:26, 28824

보름 전 쯤 된 일입니다. 야자를 마친 아이들과 함께 퇴근하는 길이었습니다. 1학년 한 여학생이 "선생님! 선생님 4분단 좀 보고 수업하세요! 진짜 4분단 안보고 수업하세 요. 그리고 함수 단원 너무 어렵게 설명해서, 함수 하나도 모르겠어요."라고 합니다. 30초의 시 간 동안 일사천리로 내뱉은 여학생의 말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언짢은 느낌도 들었습다. 마음을 추스리고, 잠시 돌아보니,, 여학생의 지적이 사실과 틀리지 않았음을 알아차릴 수 있 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키가 크고, 키에 비례하여 등판도 좀 넓은 편이라 4분단 특히 앞 쪽 아이들은 칠판에 저에게 가려 잘 안보인다는 푸념을 어느 여학생의 쪽지를 통해 들은 바 있기 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전에도 그런 지적을 받았는데, 이제는 안 까묵을께. 어렵게 가르치는 건 실력없다는 건데, 좀 열심히 연구를 해야겠다"는 요지의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그 러자 그 여학생이 좀 미안했는지, 선생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 도 "니와 그라노? 다른 선생님도 다 그런다이가!"하며 소심한 저의 마음을 꿰고 변호를 합니 다. 덕분에 4분단 아이들을 염두에 두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 그 여학생을 응시를 하면, 얼굴을 다소 쑥스럽게 붉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천지 차이임을 요 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앎이 훌륭한 가르침을 낳는 주된 요인이겠지만, 아울 러 그것을 어떻게, 어떤 순서로 전달할 것인가는 앎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의 중요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 어렵게 설명한다는 말은 당분간 마음에 담고 있어야할 따끔한 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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