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전학 김홍미  (Homepage) 2006-09-17(일) 12:44:34, 14893

점심시간에 게시판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 몇 명이 들어와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눈인사만 하고, 자꾸만 내 스타킹을 훔쳐보는 택이 녀석에게, 살짝~ 꿀밤 한대 주고 있는데 동욱이가 말한다. "선생님! 우리 엄마가 선생님 진짜 좋게 보고 있어요." 뭐, 예쁘게 봐주신다는 뜻이겠지? ^^ "그래? 엄마에게 가서 감사하다고 전해드려~" 그러고 또 오리고 자르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병수가 동욱이에게 말한다. "어이! 동욱이! 너거 엄마는 홍미샘 내년까지 우리 맡았으면 좋겠다는 말 안하더나?" 동욱 "어, 그런 말은 안하던데?" 병수 "오늘 가서 물어봐라, 저번에 너거 엄마랑 우리 엄마 이야기 하는 거 들었는데, 그랬다. 그리고 전번에 현택이 엄마도 그랬다." 세상에, 이보다 더 과분한 칭찬이 있을까. 부끄럽고, 감사하고, 잘 해야겠다는 다짐이 순간 일었다. "얘들아, 그래도 샘은 내년에 다른 학교로 가야해~ 선생님 가면 다 전학해서 따라올래?" 라고 말했더니,^^ 똑똑한 우리 병수 "그런다고 또 어떻게 따라가요. 졸업하고 선생님 찾아가면 되잖아요." 그런다. 우리 지호는 "나는 선생님 따라 갈거예요. 선생님 전학! 가시는데는 어디든 따라 갈래요." 영훈이 "나도! 나도!" 나 "영훈이도 올거야?" 영훈이 "네! 쟌지호 따라 갈거예요." ^^ 갑자기 내일 당장 학교를 옮겨야하는 것처럼, 가슴이 짠해왔다. 최근에는 다음 학교로 어디를 갈 것인지 약간의 고민을 했는데, 죄스러운 마음이 일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동에게 이 에피소드를 전달하고 그때의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내 집착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아직 의연해지지 못했다. 오늘 일이 당분간 마음에 남아, 나를 차분하게 하고, 지금 여기서 살도록 도와줄 것 같다. 덧> 보다 특별하여 느리고, 더디어서 내 가슴의 화와 짜증, 귀찮음, 저 밑바닥의 정서까지 다 끄집어 내어주는 것도 참으로 감사할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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