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이야기 최영도  (Homepage) 2010-06-02(수) 19:28:03, 3569

오늘도 아침 일찍 투표에 참가했다. 내가 처음 투표에 참여한 선거는 1977년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제2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였고, 그 이후 한 번도 기권한 적 없이 오늘까지 투표에 참여해왔다. 내 개인적인 투표 참여율은 100% 이다. 보통 선거에서의 투표율이 60% 내외 인 것을 감안한다면 나는 투표 참가 우등생일 것 같다. 내가 이런 우등생이 된 것은 선거권이 없던 어린 시절부터 선거운동 장면들이 참 재미있는 놀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2학년이던 1970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그 때 우리 지역에 출마한 분들은 공화당 최두고(그 당시 여당 현역의원), 신민당 정해영(그 당시 지역구를 울산에서 부산진구로 옮겨와 출마한 야당 현역의원), 그리고 군소야당인 통일당 최상진씨까지 세 사람이 출마한 선거였다. 그런데 현역의원 두 분이 맞붙은 우리 지역구가 가장 치열한 접전지역이라 언론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던 지역이었으며 그러다보니 선거운동도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던 지역이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자유롭게 개별적으로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하는 개별 유세와 더불어 출마한 모든 후보가 같은 장소에 다 참여하여 벌이는 합동유세전이 있었는데, 선거 며칠 전 마지막 합동유세전이 전포동에 있는 경남공고 운동장에서 개최되었다. 각 자 자기가 동원한 선거운동원들로 인해 운동장이 빈틈없이 채워졌고, 연설 순서 1번인 최두고씨는 연단에 올라서자 마자부터 상대후보인 정해영씨가 집집마다 돈 봉투를 돌리고 있고, 밤이면 밤마다 깡패들을 동원하여 우리 측 운동원들을 폭행하여 지금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며 이런 내용을 경찰에 신고해도 돈 많은 정후보가 경찰들까지 돈으로 매수하여 경찰들도 폭행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자 많은 청중들의 호응이 무척 좋았다. 그리고 최두고씨의 연설이 끝나자 운동장을 메우고 있던 많은  청중들이 운동장을 빠져 나가며 다음 순서 연설자의 연설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연단에 오른 정해영씨는 나는 힘없는 야당의원으로써 이런 부정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고 하고 있지도 않은데 실제 그런 부정 선거운동을 저지르고 있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도리어 저를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먼저 해명을 한 후, 그러나 `최두고 후보 말대로 제가 깡패들을 동원하여 사회 불안을 조장하였고, 또한 경찰과 짜고 그런 부정선거를 획책하였다면 그런 세상을 방치한 여당에 그 책임이 더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잘못된 세상을 방치한 공화당과 최두고씨를 표로 심판해 주십시오.` 라고 외쳐대자 그 자리에 남아있던 청중들은 더 큰 박수와 환호로 그의 연설에 응답해 주었다. 두 번째 정후보까지의 연설이 끝나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장을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이 때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선 최상진 후보는 운동장을 빠져나가는 동원된 운동원들을 향하여 `일당은 이미 받지 않았습니까? 제 얘기를 마저 듣고 가신다고 받은 일당 다시 뺏기는 것도 아닐 것이니까 이왕 이 자리까지 오신 김에 제 얘기도 한 번 들어 보시고 가시기 바랍니다.` 라는 얘기로 웃음과 참여를 유도한 후 `요즘 우리나라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 중에서도 언론기관이 가장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요즘 정말 공정한 보도를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부산에 있는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정말 공정 보도를 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우리 지역구 선거 동향을 보면 제 이름 최상진은 싹 빼버린 채, 최두고 정해영 막상막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최 접전지역 등으로 대서특필하고 있는 데, 정말 우리 언론 수준이 많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어쩜 이렇게 정확한 기사만 쓰고 있습니까? 정말 최두고와 정해영은 막상 막하입니다. 6억 대 6억, 깡패 대 깡패, 고무신 대 고무신, 돈 봉투 대 돈 봉투 모든 부정이 정말 막상막하입니다. 여러분!` 이런 썩어빠진 정치인 대신 깨끗한 저 최상진을 국회로 보내주십시오. 여러분! 아무도 동원하지 못한 힘없는 군소야당 최상진씨의 연설에 사람들이 박수와 웃음을 보내며 호응해 주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다음 내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면 나는 꼭  저런 사람을 찍어줘야지! 그 때 그 마음이 지금까지 저를 선거 참여 100% 우등생으로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하며 오늘도 투표장을 다녀왔습니다.

정호봉		친구의 글을 읽으니 그때 그 시절이 새록새록 핀다.약국형님 구청장?시의원?출마했을 때 혼신다했던 날도 기억난다.최영도선생님^^머리(기억력)좋습니다.무슨 삼푸 쓰십니까?	2010-06-04 18:17:59
최영도		보수성향이 강한 충청권에서도 북풍의 위력에 휘둘리지 않고 야당시장을 만드신 위대한 대전 시민님 이시군요. 시합(선거)이 끝난 지 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여운이 느껴집니다. 이번에 천안함 북풍만 불지 않았더라면 전국에서 서너 곳을 제외한 모든 곳이 야당으로 바뀌었을텐데 북풍으로 한나라당이 득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이만하기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것 같습니다.	2010-06-05 0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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