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장난 최영도  (Homepage) 2010-05-20(목) 06:17:59, 3250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의도와 뜻을 전하고자할 때 소리(音)에 뜻을 입힌 말(言)을 사용한다. 그리고 말을 통해 전달 받은 이런 뜻들은 어떤 일에 대한 견해나 생각인 관념으로 형성되어 우리 뇌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자신의 기지(旣知)가 된다. 연륜과 경험이 쌓이고 주변과 주고받는 뜻이 많아지면서 기지가 더욱 깊고 넓게 사람들에게 정착되어 간다. 기지가 넓고 깊다고 느낄수록 상대방이 자신에게 전해오는 메시지를 자기 자신의 기지로 해석하는 데 익숙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상대방의 의도를 읽으려고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되며 그로인해 상대의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경우 수가 늘어나게 된다. 말에는 뜻이 담겨있고 그 뜻을 읽는데 있어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보다는 듣는 사람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하게 되어 상대의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잘못 받아드리는 경우가 참 많다는 말이다. 지난 주말 우리 학교에서 교내체육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날은 스승의 날이라서 종합채점에서 제외되는 경기로 사제동행경기를 한 종목 넣기로 했다. 각 반 담임선생님들과 학급 대표 등 소수의 선수들만이 참가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관전하기도 재밌고 진행도 쉬운 간단한 경기가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거리를 넓혀가면서 날계란 던져 주고받기 경기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 게임을 `계란던지기` 란 이름으로 프로그램에 넣어 각 반 대표들에게 참가신청서를 배부하였다. 몇 시간이 지나자 많은 선생님들께서 어떻게 학생과 `날 계란던지기`를 할 수 있냐며 이 경기를 없애줄 것을 건의해 오셨다. 이 경기는 데모할 때의 `계란던지기`가 아니고 이러이러한 경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자신들의 기지로 한 번 해석되어 버린 오해를 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계란던지기`란 게임 이름을 `EGG - PASS`로 바꾸고 게임 참가를 희망하시는 담임선생님께서만 참가하는 것으로 약간 수정하여 선착순 열 팀만 받겠다고 재 공지 하였더니 계속해서 밀려드는 참가신청자들 때문에 열아홉 팀까지 참가 팀을 늘일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에도 몇 팀이 참가하고 싶어했다. 이래서 말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말을 하는 사람은 그 말을 듣게 될 사람의 입장에서 단어를 선택해야할 것 같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상업적인 용어의 선택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소비자가 공급자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공급자는 소비자들의 기지에 부합되는 용어로 접근하지 않으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서울에는 돼지국밥 집과 밀면 집이 없다고 들었고, 몇몇 분들이 이런 집을 열었으나 곧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서울 사람들이 돼지고기와 밀가루 음식을 안 먹는 게 아닌데 서울에서 돼지수육이나 밀면 집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서울 사람들의 관념과 기지를 존중하지 못한 용어로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은 아닐까? 그들은 꼭 같은 돼지고기를 돼지수육이란 말로 부르지 않고 보쌈수육이란 말로 부르며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다. 밀양돼지국밥, 부산돼지국밥이란 간판 대신 밀양보쌈국밥, 부산보쌈국밥이란 간판이면 어떨까? `가야밀면`이란 간판 대신 `가야 우리밀 냉면` 이란 간판으로 접근해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을까? 혹 그동안 서울에서 돼지국밥 집이나 밀면 집을 열어 실패하신 분 계시면 이런 말장난으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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