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결혼식 최영도  (Homepage) 2021-11-09(화) 19:46:25, 64372

얼마전 우리 아들 이름이가 결혼을 했다. 내가 아내랑 결혼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흘러 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우리의 관혼상제문화도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다른 문화가 바뀌는 것 보다는 그 변화의 속도가 느린 것 같다. 관혼상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서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관혼상제는 상부상조라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담고 있는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이기 때문에 세상이 아무리 바뀐다하더라도 평상시 연락이 소원했던 모든 친지들에게까지도 집안의 대소사를 다 알려 서로 상부상조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유대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보존해야한다.’는 이런 보수적인 생각이 대중들의 인식 속에 배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반면에 그런 사회적 합의 내지는 인식 속에서도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이유를 찾아보자면 ‘혈연과 지연 중심이던 이전 세상이 완전히 변하여 사회는 복잡다단해지고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얽히고설키게 되어 나와 관계를 맺게 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아졌는데 모든 관혼상제의 소식을 다 주고받게 된다면 그런 소식 중에서 일부의 소식은 공과금 고지서나 내 개인적 시간을 빼앗는 업무처럼 느껴져 기쁨이나 슬픔을 공유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 보다는 남에게 부담을 주는 역겨운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경조사에 대한 소식을 최소화 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진보적인 생각도 존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우리 아들의 결혼식을 앞두고도 갈등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결혼 소식을 친척들에게는 어느 선까지 알려야 하며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는 어느 선까지 알려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 평소 내 생각은 양가 집안 가족들 정도만 모여 조촐한 생일파티 정도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혼에는 상대가 있고 또한 가족구성원들 간의 생각들도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문제도 신경 쓸 일이 많은데 결혼식을 올리는 방법이나 소식을 전하는 문제까지 신경 쓸 필요가 뭐 있겠느냐고 생각하며 남들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방법인 기존의 방식대로 결혼식을 치르는 편인 것 같다. 그런데 결혼은 선거처럼 몇 년 만에 한 번씩 계속 돌아오는 관례 행사가 아니라서 한 번은 이렇게 해보고 한 번은 저렇게 해 볼 수도 있는 그런 일이 아니다. 내가 결혼 할 때는 친척 중에서 평소 왕래가 잦던 친척도 있고 별로 왕래가 없던 친척도 있는데 누구에게는 연락을 드리고 누구에게는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아 형제분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부모님은 두 분 다 돌아가신 이후라서) 모든 친척들에게 연락을 안 하고 신혼여행 마지막 코스를 고향마을로 잡아 꼭 인사를 드려할 큰어머님(저를 여섯 살 때까지 키워 주신 분)댁을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하였고..... 그런데 이번에는 내 결혼식이 아니고 아들의 결혼식이라서 더 조심스러웠다. 의논 끝에 이렇게 결정하였다. 친척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범위는 신랑의 4촌 이내까지 한다. 지인의 경우 신랑 지인은 신랑이 알아서 결정한다. 그리고 나와 아내의 지인인 경우는 아무 분께도 인위적으로 연락을 취하지 않도록 한다.(자연스럽게 알게 된 분들에게는 모른 척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이런 결정을 하면서 보수와 진보 그리고 중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방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분들은 보수적인 방법을 선택하신 분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된 모습의 결혼식을 선택하신 분은 진보적인 방법을 선택하신 분이다. 중도의 방법을 선택하신 분은 어떤 분일까? 보수와 진보를 반반씩 섞어 적당히 변화시킨 결혼식을 선택한 분이 중도를 선택하신 분일까? 그것도 중도일 수 있다. 그런데 ‘진정한 중도는 중간의 길이 아니라 보수는 보수대로 맞고 진보는 진보대로 맞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남들의 선택을 존중하되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보수의 길이든 중간의 길이든 진보의 길이든 그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이것이 진정한 중도이다. 중도는 중간의 길이 아니며 정해진 모습의 길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삶을 인정하고 존중하되 내가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필연의 인식』이다. 보수는 보수대로 존중되어야 하고, 진보는 진보대로 존중되어야할 우리의 삶의 선택이다. 나의 선택에 대한 『필연의 인식』이 있으면서 그것이 기존의 방식에 뿌리를 둔 방식이면 보수이고, 새로운 방식이면 진보이다. 나의 선택에 대한 『필연의 인식』뿐만 아니라 남의 『필연의 인식』을 통한 선택도 존중하면서 나의 선택에 대한 『필연의 인식』이 중도이다. 이런 생각 속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반목과 싸움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이권이 개입되게 되면 갈등으로 끝나기가 쉽지 않고 반목과 억지 주장과 싸움까지 동반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안 대소사에 무슨 큰 이권이 걸릴 문제가 있겠느냐 만은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남들의 집안행사에 다 상부상조하였는데 왜 그 놈은 소식을 받고도 응답이 없는 것인가? 어디까지 어떻게 연락을 전하며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예식을 치루어야 더 많은 부조금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동반되어 어떤 방식을 결정하게 되면 그 방법은 외형적으로는 보수나 진보나 중도로 보여 질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그 방법은 보수나 진보나 중도로 구분하기 보다는『기득권 수호』의 방식이냐『기득권 포기』의 방식이냐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오늘날 갈등과 반목과 싸움질만 해대는 우리의 정치판의 현주소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필연의 인식』 없이 자기 패거리들만의 이익을 위해 『내로남불』 싸움만 해대는 이런 정치집단들은 보수도 진보도 중도도 아니다. 당리당략만 일삼는 이 집단들은 정치조폭 집단에 불가하다.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선거판이 그들에게는 이권을 쟁취하기 위해 벌리는 피비린내 나는 영역싸움판이 되고 만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참 재미난 구경꺼리이다. 멋모르는 구경꾼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 편 저 편 이권 싸움판에 어느 편의『여론 의용군』이 되어 힘찬 응원의 박수와 야유를 보내며 그 분들의 싸움을 즐기게 된다. 올림픽 보다 재미난 싸움판인 대선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느 분이 뽑히든 우리의 보스가 아니라 그 조직의 보스가 될 분에 불가하지만 그래도 좀 더 나은 분을 뽑으려면 두 눈을 다 뜨고 두 귀를 다 열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 지지 않은 정보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할 텐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가치관이 확립되어 있어야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교육이 담당해야 할 일이 이런 일인데......! 교육이 해야할 일이 이런 일인데.......!

김영국		최선생님 아드님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역시 최선생님다운 결혼식이었습니다.(저는 많이 미안하지만...) 늘 합리적이면서 개혁적이었지요.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애들 결혼식입니다 하객이 적으면 사람들이 특히 사돈댁에 어떻게 비칠까를 신경썼습니다 그랬다면 부조나 받지 말 걸...... 지나간 일 이제사 민망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 장례식이라도 간소하게 해달라고 유언할 수밖에 아드님과 며느님의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선생님과 사모님의 모습도 아름답고요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1-11-10 08:19:25
최영도		교장선생님, 건강하시죠! 평소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사로운 집안 일에 대한 글을 이런 곳에 올리는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인 줄 알지만 뒤 늦게 결혼 소식을 알게 된 지인들로부터 약간의 항의성 전화를 몇 통 받다보니 부랴부랴 해명 글을 올리는 심정으로..... 그러나 남의 삶만큼 저의 평상시 마음과 결정도 존중 받아야될 일 같아 변명아닌 변명을 중언부언.... 정말 부끄럽습니다. 친척 관계는 외형적인 것이지만 몇촌 몇촌 이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지만 서로 아는 사이의 인간관계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할 수 없어..... 니는 이 때까지 나를 남들 정도로 여기며 살아온 기가? 라는 원망을 들을 줄 알았지만 누구에게는 연락을 드리고 누구에게는 연락을 안드릴 수 없어.... 모든 분들에게 섭섭함을 드릴 수 밖에 없었음을 이 부족한 글을 통해 나누고 싶었답니다. 교장선생님, 늘 건강하셔서 지금처럼 많은 생각 같이 나눌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2021-11-10 09: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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