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삶 최영도  (Homepage) 2022-01-28(금) 21:32:38, 86361

오늘 아침 아내와 함께 테라로사 커피점에 들렀다. 차를 마시고 밖으로 나오는데 바로 옆 전시실에서 그림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꽃, 사람, 집이었다. 그 중에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작품이 있어 자세히 살펴보니 장미와 거미줄과 나비였다. 예쁜 꽃을 피운 장미가 있는가 하면 가지가 꺾여버려 누렇게 변한 잎이 보이고 거미줄에 걸려 날개가 떨어져 나간 나비도 보이고 거미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대다가 거꾸로 매달린 채 그대로 말라 버린 듯한 나비가 보이는가 하면 위험한 가시와 거미줄을 잘 피해 꽃 근처에서 날개를 펄럭거리는 행복해 보이는 나비도 보였다. 장미와 나비의 삶도 우리 인간들의 삶과 특별히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보여 `우리 인간의 삶과 죽을을 그린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출입문을 나서다가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안내서 같은 인쇄물을 한 장 들고 나왔다. 화장실에 들렀다. 소변기 칸막이와 변기 위 작은 선반의 목재가 같은 종류의 두꺼운 합판인 것 같았다. 나서면서 보니 화장실 출입문과 손씻는 싱크대 가림판도 같은 목재였다. 밖으로 나와서 보니 들어갈 때는 의식하지 못했던 바닥재도 같은 종류의 합판이었다. 같은 나무가 다른 역할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고(죽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전시실을 나서며 가져왔던 안내서를 살펴보니 내가 관심을 갖고 보았던 작품이 ➄ 구역 4번 작품이었고 제목이 `그냥 삶`이었다. 장미나, 나비나, 나무나, 인간이나, 삶이나, 죽음이나..... 그냥 살아가고, 그냥 불려지고, 그냥 죽어가고,......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그냥 삶, 그냥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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