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사랑 최영도  (Homepage) 2018-05-18(금) 05:46:21, 5324

온천천 근처로 이사를 오다보니 물갓길을 자주 걷게 된다. 그리고 구역을 나누어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는 분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런데 풀베기를 하는 여러 분들 가운데 어떤 한 분은 정말 관심을 갖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냉이며, 광대나물이며, 물칭개나물이며, 토끼풀이며....., 이런 작은 풀꽃들을 피해가며 잡초들만 쓰러트리는 분이 계신다. 다른 분들과 달리 그 분이 지나간 자리에만 그런 풀꽃들이 그대로 인 걸 보면 풀꽃을 베지 말라고 윗분이 지시를 내린 것도 아닌 것 같고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꽃을 피해가며 힘들게 일하는 자신을 알아보고 칭찬해줄 것도 아닌 것 같고 작업 수당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 남들보다 힘들게, 풀꽃을 다치지 않게 조심조심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고 계시는 저 분의 삶은 자기 존중과 자애심(自愛心)을 풀꽃 사랑으로 승화시킨 삶인 것 같다. 남들이 알아주건 말건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소신껏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계시는 저런 소중한 분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 이나마 아름다움을 간직하며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 분이 베지 않고 힘들게 남겨둔 저 풀꽃처럼 우리 눈에 쉽게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자기 일에 대한 저런 존중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으로 피어오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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