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과 내 일 최영도  (Homepage) 2015-09-22(화) 07:06:44, 6346

교직을 그만 둔 요즘, 내 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는 내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밤에 잠이 오지 않거나 늦은 밤 재미난 TV프로그램이 있어도 내일이 부담스러워 그냥 잠을 청하곤 했는데, 요즘은 내일을 걱정하며 미리 내 감정을 다스리거나 컨디션을 조정하려 들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내일(tomorrow)에 있을 내 일(my work)을 생각하며 현재의 감정을 조절하는데 관심을 기울였다면 요즘은 내일보다 오늘을 더 존중하게 된 것이다. `내일과 내 일`의 차이를 음미해 본다. 내일은 나와 일이 밀착되어 서로 구분되지 않는 모습이고, 내 일은 나와 일 사이에 한 박자 여유로운 틈을 두어 사람과 일이 구분되어 지는 모습이다. 내일은 사람과 일을 밀착시켜 과업중심 사회로 몰아 가는 느낌이 들게 하는 글자인 것 같고, 내 일은 일과 사람 사이에 간격을 두어 일도 존중하고 사람도 존중하며 과업중심 사회로만 치닫지 않게 하는 단어인 것 같다. 이전에는 잠자리에서 창밖 빗소리가 들려오면 내일 아침 등굣길 학생들에 의해 난장판이 되어 있을 현관입구가 떠오르며 잠이 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빗소리가 자장가나 사랑의 세레나데로 들려오곤 한다. 퇴직을 했다고 해서 완전히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닌데..... 그 때도 그렇게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떤 정치가의 `저녁이 있는 삶` 이란 선거구호가 떠오른다. 사람과 일 사이에 저 정도만의 여유라도 찾을 수 있는 세상이면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을텐데...... 내일의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 내일 때문에 행복에서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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