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12 최영도  (Homepage) 2015-02-28(토) 10:17:18, 6234

교직을 떠나와 길동무 일에 나선지 오늘로써 3년이 지났습니다. 산길을 답사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정표 없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완전히 알지 못하는 갈림길을 만날 때는 이 길과 저 길을 다 확인해봅니다. 한 길만이 본래 목적했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때는 갈등이 생기지 않는데 이 길과 저 길이 비슷하게 목적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일 때는 갈등을 일으키게 됩니다. 한 길만 소개해야 될까? 두 길을 다 소개해야 될까? 오른쪽 길을 소개해야 할까? 왼쪽 길을 소개해야 할까? 한 길만 소개하게 되면 두 길을 다 다녀본 사람은 나를 길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해 버릴텐데..... 그래서 처음에는 여러 갈래길을 다 설명해 보려고 애써 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갈래의 산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이 길 저 길 갈래길을 다 설명하려니 한 길도 제대로 소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길과 저 길이 비슷한 길임을 알면서도 할 수없이 한 길만 소개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갈등의 순간들이 많아 지다보니 이제 남들의 길 안내문을 대할 때에도 그 분의 갈등까지 이해하며 읽으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삶의 길도 그럴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좌경이나 우경에 대한 당신의 주장을 대하는 순간에도 그 분들의 갈등까지 읽어보려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 분들에게 맘속으로 이런 요구까지 해 보게 됩니다. 한 길만을 단호하게 말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그 길이 아닌 다른 길도 존중하는 겸손함은 잃지 말아주세요. 산길에서 나 홀로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중용지도(中庸之道)란 중간 길이 아니라 다른 길도 존중하는 치우침이라 되뇌어 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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