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 다 붙어라! 최영도  (Homepage) 2012-10-25(목) 15:07:19, 3960

기차놀이 할 사람, 요~요~ 다 붙어라! 깡통차기 할 사람, 요~요~ 다 붙어라! 엄지를 치켜세운 채,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같이 놀아줄 동무를 모으는 일이 놀이의 시작이었다. 친구들이 모이면 `편은 어떻게 가르고, 놀이도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서로 의논하여 각자 역할을 분담하고 놀이를 시작한다. 기차로 사용할 새끼줄을 구하려고 온 동네를 한바퀴 돌기도 하고, 연놀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종이(한지)를 구하고, 연살로 쓸 대나무를 구하고, 실을 구하고, 실에 풀(사)를 먹이기 위해 유리조각을 주우러 다니는 과정을 거친 후에야 연놀이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구슬치기를 위해서는 기와 조각이나 화분 조각을 주우러 다녔고, 주워온 조각을 적당한 크기로 깨트린 후 거칠한 면을 돌담에 둥글게 갈아 구슬을 만든 후 구슬치기의 즐거움에 빠져들 수 있었다. 구슬치기 하나를 준비하면서도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문화를 다 거쳐야만 했었다. 그리고 놀이를 하면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자기 역할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아이들은 놀이에서 배척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더 큰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이처럼 옛날 아이들은 작은 놀이 하나를 하면서도 준비 과정이라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울 수 있었고, 의견 교환을 거치고 놀이의 규칙을 지키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주시민의식을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상이 발달하면서 다 만들어 놓은 구슬과 딱지와 연을 사서 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놀이동무를 모으거나 도구를 만드는 과정이 아닌 돈을 구하는 과정만 거치면 즉석에서 혼자서도 바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인스턴트식 전자게임들이 넘쳐나고 있다. 부모에게 억지떼를 부려 돈만 구할 수 있으면 놀이동무를 찾아다닐 필요도 없어졌고, 무엇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와 의논하고 타협하지 않아도 혼자서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놀이의 인스턴트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놀이는 아이들의 삶 그 자체이다. 옛날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준비하고 즐기면서 엄마와 아빠와 언니의 역할과 가정생활을 배웠고, 학교놀이를 준비하고 즐기면서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공동생활을 위한 사회성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인스턴트 놀이에 빠져버린 요즘 젊은이들과 이 애들은 모든 일에 준비하는 과정을 거치려 하지 않는 참고 기다릴 줄 모르는 동물이 되어버렸다. 결혼이란 현실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모든 것을 갖춘 완제품의 신랑 신부를 찾으려 하고, 자신도 그렇게 되기 위해 결혼 시기를 미루면서까지 자신을 완제품으로 만들어 간다. 과정의 어려움을 상대에게 전가하지 않겠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로도 보인다. 그런데 과정의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 가는 것이 더 큰 삶의 가치란 걸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만혼을 하면서까지 완제품이 되어 이룬 가정에서 아이도 완제품으로 기르기 위해 하나만 낳고, 그 아이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모든 것을 돈으로 배려한다. 돈만 있으면 힘든 준비과정을 치루지 않아도 되는 인스턴트 시대를 살다보니 요즘 애들은 대부분의 일을 함에 있어서 기다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일에는 돈으로 안되는 일도 많이 있다.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을 만나게 되거나 돈으로 되지않는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기다릴 줄도 스스로 해결할 줄도 누구와 의논할 줄도 모르는 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포기 뿐이다. 자기 스스로 과정을 치루면서 이룬 자신의 삶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병든 이 사회를 진단하여 원인과 대책을 찾아야 할 어른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일에만 온 머리를 싸매고 있고, 대책이라고 내 놓는 일들은 여론의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뭔가 하는 것 처럼 보이게 하는 전시행정성 겉치레 대책뿐이다. 지난 6월, 어떤 교육청에서는 교실 창문이 30cm이상 열리지 않도록 보완공사를 하도록 각 학교에 권고한 바가 있다. 그리고 다른 시도에서도 새로이 창틀 교체 공사를 하는 학교는 대부분 창문이 다 열리지 않는 창틀로 시공하고 있다. 창문이 다 열리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말은 죽지 말라는 말일까요? 나가 죽어라는 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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