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친구하자! 최영도  (Homepage) 2012-10-17(수) 12:33:16, 4071

한 삼십여 년 전의 일입니다. 몇 분의 선생님과 함께 동료 선생님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각종 분재들이 즐비하게 차려져 있었습니다. 집안에 있던 분재에 대한 뒷얘기까지 다 들려주신 선생님께서는 옥상에 지어둔 온실에까지 우리를 데리고 올라가서 각 화분에 대해 어느 산에서 어떻게 파왔으며,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지 그리고 수종에 따른 시중에서의 거래 가격 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대충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집보다는 분재 가격이 몇 배는 더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왔던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선배 미술선생님과 둘이서 술을 한잔 나누게 되었는데 미술선생님은 술잔을 권하며 대뜸 이런 말을 했습니다. `최선생, 앞으로 S선생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마세요! 정말 잔인한 분일 것 같애요! 어떻게 나무들을 그렇게 비틀어 놓을 수가 있나요?` 살아있는 나무를 저렇게 다루는 분은 사람도 저렇게 다룰 것이란 생각이 들어 정말 싫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제 눈에는 정말 아릅답게 보였고, 집에서도 자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 선생님이 부럽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산길을 걷다가 이상하게 뒤틀어 놓은 향나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문대에 올려져 강제로 몸이 꺽이는 듯한 전율이 느껴지며 온 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날 내가 아름답게 느꼈던 그 분재를 보며 그 미술선생님께서는 지금의 내 느낌을 받으셨던 것이었구나! 조금 더 걸어가니 자연체험학습장 방문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나무야 친구하자!`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미술선생님의 심정으로 나무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무야, 자연을 인위적으로 다 망가트려 놓고, 그것을 자연친화시설, 자연체험학습장, 친환경개발, 녹색혁명 등으로 불러대는 잔인한 인간하고는 친구하지 마래이!` 그런데 우리 인간들이 나무에게만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해대는 걸까요? 어린 나무일 때 틀을 잡아야 더 좋은 모양을 낼 수 있다며 어린 나무를 혹사하여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듯, 조기교육이란 이름으로 지나친 선행학습을 실시하여 우리 아이들의 자연적인 삶을 이렇게 비틀어 놓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런 지나친 선행학습이 교육일까요? 고문일까요? 사랑일까요? 욕심일까요? ******************************************************************************************************** * 조기교육 - 어린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발달 단계에 맞추어 어릴 때부터 감성교육과 놀이교육 그리고 기초적인 지식교육을 개인의 수준에 맞게 조기부터 계획적으로 실시하는 교육. * 선행학습 - 개인의 능력이나 인간의 성장발달 단계를 무시하고, 어떤 내용이든 앞서 가르치고 배우려는 공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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