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2 최영도  (Homepage) 2012-05-19(토) 10:15:04, 3516

며칠 전, 부족한 글이지만  은교를 보고 느꼈던 맘을 정리해서 이 곳에 올려보았다. 그런데 올린 글을 읽어 보니 내 맘 속의 은교를 다 말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은교 얘기를 조금 더 하려한다. 아마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또 읽어 보게 되어도 다 말하지 못한 은교가 계속 남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올리고 싶다. 말하고 말해도 다 말하지 못하는 이 아쉬움 때문에 `은교이고 지우이고 이적요인 내 내면의 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는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 때문이다. ************************************************************************************** 문학가 이적요가 시에 대해 강의하던 도중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공대생 서지우는 손을 들어 당당하게 질문하게 된다. `별의 의미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누가 너에게 정해주었느냐?  가난한 아이에게 별은 쌀이 될 수도 있고...., 별은 별일 뿐인 똑 같은 별이지만, 그 별의 의미를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별은 달라 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별은 아름다운 것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 지우가 은교를 놀래키려다 손거울이 벼랑으로 떨어져 내려 가고 있을 때 은교는 엄마가 생일 선물로 사준 거울이라며 울부짖게 되고 지우는 그깟 거울 똑같은 걸로 사 주면 되지 않느냐고 호통치게 된다. 은교는 그 거울이 어떻게 자신의 거울과 똑같을 수 있느냐고 소리치며 한마디 더 내뱉는다. "공장에서 한꺼번에 만든 거울이라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는 공대생이란 걸 제가 몰랐네요!" 이적요는 말없이 절벽 아래로 내려서서 그 거울을 찾아와 건네준다. "엄마가 주신 거면 소중한 것이니 잘 보관하거라." ...................................................... 스승이 써 준 글 `심장`을 발표하여 유명 소설가 반열에 들어 서게 된 작가 서지우 "내가 서지우인지 이적요의 껍데기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때도 있지만, 그런 껍데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은교`까지 훔쳐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하게 되고 세상은 그런 껍데기를 더 인정하게 된다. 서랍장(가슴 속) 깊이 묻어 둔 은교를 도둑 맞은 이적요가 서지우를 나무라자 "너무 아름다워서 그랬습니다. 그냥 두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그랬습니다. 선생님이 발표하시게 되면 그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추문이 됩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해서  발표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칠십 노인과 열 일곱 여고생의 관계, 그것을 사랑이라고 하지 않아요. 그것은 더러운 스캔들이라고요!" ...................................................... 영화를 보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떨어진 거울을 가지러 가는 이적요를 말리고 싶었다.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 안에 껍데기로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서지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를 당하지 않고 그 거울을 찾아와서 은교에게 다시 건네주는 이적요를 보며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이적요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마음은 내 안에 껍데기 보다는 내면의 세계를 존중하려는 이적요가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명성과 지위를 추구하려는 나와 그런 자리에 연연해 하지 않으며 내적인 성숙을 더 중요시 하려는 내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의 나를 다 키워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고 하나의 삶을 선택해야할 때가 종종있습니다. 내 안에 있는 이 두 마음이 서로 대적하고 타협하며 흔들리면서 살아가야할 상황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껍데기의 삶을 선택하게 되든, 내면의 삶을 선택하게 되든, 그런 선택을 하게 된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라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나와 사랑을 나눈 당사자인 은교 조차도 `은교`를 서지우의 작품으로 알게 되는 껍데기에 빠져 버릴 때 내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늦었지만 내면의 세계를 이해하고 다시 찾아 와준 은교를 돌려보내는 이적요의 모습에서 껍데기로 살아가는 세상을 한탄하면서도 그런 세상을 인정해야 하는 우리들의 흔들리는 삶을 슬프게 읽을 수 있었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감사와 행복
다음글 :	은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