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 최영도  (Homepage) 2012-05-16(수) 03:07:16, 3394

고상한 시인의 깊은 눈을 지닌 원숙한 국민시인 이적요 그 수하에서 작은 뒷치닥거리를 해가며 문학도의 꿈을 키워가는 서지우 이 두 사람이 민가에서 다소 떨어진 깊은 숲 속에 두터운 담장과 큰 대문으로 울을 쳐 놓고 일상에서 약간 비켜선 듯한 삶을 살아 가고 있다. 그래서 외롭고 공허한 것일까? 두터운 담장을 허물 용기를 내지는 못해도 누군가 담장을 넘나들 수 있도록 사디리인지 이동식 계단인지 모를 통로를 받쳐놓은 허술함을 보이고, 때론 자신의 바지를 내려 은밀하게 숨겨 둔 인간적 흔적도 확인해 본다. 그런 삶터에 호기심 많은 소녀 은비가 담을 넘어 들어와 잠들어 .......... 박범신님의 원작을 읽어 보진 못했지만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란 사전 정보가 있었기 때문일까? 장면 장면들에서 원작자의 의도를 읽어 내고 싶었다. 그러자 `즐거운 사라`로 구속되었던 마광수님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겹쳐 떠올랐다. `즐거운 사라`가 문학 작품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신다면 그 점을 나는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작품을 써게 된 이유는 앞으로 문학에서 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솔직한 성에 대한 내용을 소재로 작품을 발표하게 되면 작가를 그런 사람으로 매도해 버리는 세상에 대한 항변으로 나는 `즐거운 사라`를 발표하게 되었다. 박범신님은 왜 그 소녀와 작품을 `은교`라 이름지었을까? 은교가 隱交(은밀한 성교)란 뜻일까? 서지우가 발표했던 연애 소설 심장도 은교도 다 고매한 시인 이적요의 작품이었듯이 고상한 시인 이적요와 연애 소설 작가 서지우가 같은 인물이 아닐까? `나`라는 한 인간 안에 고상한 이적요의 모습과 욕망을 쫓아 살면서도 손해보지 않는 현실적이고도 계산적인 서지우의 모습이 다 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적요처럼 고상하게만 살고 싶어 하는 나와 서지우처럼 자신의 욕망을 채우면서 살고 싶어하는 내가 내 안에서 다투고 타협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욕망을 쫓아 사는 삶을 즐기고 그런 나를 사랑하면서 한편으론 그런 삶을 후회하고 그런 자신을 경멸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아닐까? 내 안에서 이글거리는 서지우식 욕망을 은밀하게 즐기면서 서랍장 깊숙히 꼭꼭 숨겨둔 채 고상한 이적요처럼 살려고 몸부림쳐대는 내가 아닐까? 내 안에 있는 두 놈이 다 같은 한 놈인데 고상한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이적요라는 내가 욕망을 쫓아 살아가고 싶어하는 서지우라는 나를 이해는 하지만 받아드리지는 않으려고 애쓴다. 담벼락에 사다리인지 계단인지 모를 통로를 갖다 두어 은교가 담을 넘어 들어올 수 있도록 허술함을 연출했듯이 술을 나눠 마신 은교가 서지우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연출해 놓고 긴 사다리를 끌고 와서 내 안에 있는 서지우와 은교의  隱交를 탐닉하고 있는 이적요의 모습 그런 서지우를 죽음으로 몰아 넣는 이적요의 모습 이 모습이 곧 나 자신의 그런 점을 이해하면서도 받아드리지는 못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서지우가 곧 이적요인 것을 깨닫고 다시 찾아온 은교를 내 속에 있던 서지우를 죽여버렸기 때문에 돌아 누운 채로 떠나보내야만 하는 고상한 그래서 외로운 이적요 이적요와 같은 그런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애처로운 자신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보았기 때문일까?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이 한참 동안 자리를 떠지 못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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