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을 찾는 재미 최영도  (Homepage) 2011-11-29(화) 10:19:08, 3999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 덕유산, 오대산, 속리산....... 제법 오래 전 다녀온 적이 있는 높고 깊은 산들의 이름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멀리 있는 이름있는 산 보다는 황령산, 배산, 백산 등 산꾼들에게 산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도심 속의 소박한 근교산을 주로 찾고 있다. 한라산, 지리산, 속리산 등 이런 멀리 있는 소문난 산을 찾을 때는 속리산(俗離山)이란 산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속세(俗)를 떠날(離) 정도의 장비와 마음을 다져 첩첩산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런 산의 정상에 올라서보면 저 멀리서부터 바로 발아래까지 온통 산이고 구름이다. 인간의 흔적보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세상사에서 해방된듯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이름있는 깊은 산보다는 이름없는 근교산을 더 즐기게 되었다. 최근에는 근교산을 거닐며 왜 근교산이 좋아졌는지 생각에 잠기곤한다. `근교산을 찾을 때는 속리(俗離)하지 못해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일상에서 펼쳐지는 내 삶을 관조할 수 있어 좋다.`라는 작은 답을 찾게되었다. 근교산 정상에 올라보면 자연의 위대함 보다는 삶의 흔적들인 성냥갑같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 다가오고 그 안에서 바둥대며 살아가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근교산을 찾는다는 것은 속리(俗離)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에 허덕이는 자신으로부터 약간 비껴서서 자신의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관람석을 찾은 느낌과 같다. 정상에 서서 성냥갑같은 삶터에서 바둥이는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 대하듯 대하며 내 삶을 감상하게 된다. 바둑이나 장기판에서 약간 비껴 앉아 훈수두는 사람의 여유로움을 근교산에서 찾을 수 있어 그런 부담없는 즐거움에 빠져들게 된 것 같다. 산속에서 산을 볼 수 없고, 너무 멀리 있는 산도 보이지 않아 볼 수 없듯, 일상 속에서 일상을 볼 수 없고, 속리(俗離)하면 너무 멀어 일상이 보이지 않는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약간 비껴서서 일상을 들여다 보는 솔솔한 이 재미가 근교산을 찾는 재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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