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본 영화 `세 얼간이` 최영도  (Homepage) 2011-09-04(일) 17:59:14, 3687

세 얼간이를 보는 내내 20여 년 전 동삼여중에서 학생들과 단체관람 했던 1950년대 리바이벌 영화 `기적(miracle)`의 장면들이 겹쳐 떠올랐다. 전쟁 중 부상당한 `마이클`을 간호해주던 `테레사` 수녀는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바로 이별해야 했고, 그를 찾아 나선 집시 생활에서 사랑의 징표 시계를 발견하고 마이클이 죽은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랑에 빠졌으나 투우장에서의 사고로 또 이별의 아픔을 겪으며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과거의 악몽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그동안 죽은 줄로만 알았던 너무나도 사랑했던 마이클을 만나게 되어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또 다시 전쟁에 참가하게 되는 마이클을 죽음으로부터 피하게 하기 위해 그에 대한 사랑을 단념하고 수녀원으로 돌아가는데....... 다음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너희들이 테레사라면 너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니? 1) 마이클을 죽이지 않기 위해 테레사처럼 수녀원으로 쓸쓸히 돌아가겠다. 2) 죽게 되더라도 사랑하는 마이클과 일단 결혼하겠다. 학생들의 선택 비율을 알아보려고 숫자를 헤아려 보니 숫자가 하나 모자랐다. 혹시 손 안 들었던 사람 있니? 왜 안 들었니? 저는 수녀원으로 돌아가지 않고 결혼하여 그 사람도 죽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께서 그런 보기를 안주셔서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아~, 그랬습니까? 그렇죠,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합니다. 사랑과 소유를 다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때로는 어제 영화처럼 `사랑과 소유`가 분리될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선택해야할까요? 어제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기적의 주제`가 `사랑과 소유`로 느껴졌습니다. 사랑과 소유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김우종님의 수필집 `외롭지 않으려고 써버린 낙서`중 `사랑하는 자와 소유하는 자`에 나오는 사과나무 이야기를 들려주며 수업을 맺었다. 기적의 주제가 `사랑과 소유`로 느껴졌듯이 세 얼간이의 주제가 `성공과 행복`으로 느껴지면서 기적이 겹쳐 떠올랐던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 추구라고 하였다. 우리 모두는 행복을 꿈꾸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적이고도 객관적인 성공한 삶의 모델을 만들어 놓고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 되었는지 아닌지를 그 잣대로 재어 보면서 만족해하기도 하고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소음기 챠투르가 자신이 수모를 당했던 10년 전 9월 5일의 기억을 현재의 성공한 자기 모습으로 뒤집어 보려고 란초를 찾아 나서면서 영화가 시작되고 란초를 만나 외형적인 삶을 비교해 보면서 영화는 끝이 나게 된다. 우리 인간들이 행복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객관화 시켜 둔 성공적인 삶의 모습이란 결국 총장 따님 피아와 결혼하려했던 명품남처럼 모든 것의 가치를 브랜드명과 가격으로 수치화시켜 놓은 우상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인간은 자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이름으로 남의 눈으로 재단해 놓은 우상화된 성공의 노예로 전락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성공이란 우상의 노예가 되어 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 모습의 역을 맡아 준 소음기 챠트르나 명품남이 얼간이 일까? 영화에서처럼 성공한 삶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는 란초같은 인간이 얼간이 일까? 수치화 되고 객관화 된 성공의 잣대로 주관적인 각 자의 행복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일까? 세 얼간이? 행복의 수단으로써의 성공이 아닌 성공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되어 버린 `성공 자폐증 환자`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신선한 충격의 메세지였다.

김영국		보셨군요. 깊이 그리고 재미 있게 보셨네요.	2011-09-04 22:48:55
최현아		' 세 얼간이'. 생소한 영화 제목때문에 조금은 망설였지만, 높은 평점과 영화평을 보고 처음으로 인도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본 제 생각은, 첫째, 우리 아이들이 본인의 재능과 적성을 바로 알고 행복하게 공부했으면... 둘째, 현실의 벽에 힘없이 무너지는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 셋째, 틀에 박힌 것들은 깨뜨리며 자신들의 방식으로 성공하는 주인공을 보며 얻는 대리만족...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알 이즈 웰" "나를 믿어 봐. 그럼 다 잘 될거야." -- '긍정의 힘' 을 믿으면 될까요?	2011-09-05 20:31:01
정기홍		저도 재미잇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이 영화 보았습니다. `성공 자폐증 환자` = `현대인` 이라는 표현이 참 와 닿습니다.	2011-09-07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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