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 이야기 최영도  (Homepage) 2010-10-27(수) 22:40:27, 3752

가을 단풍 대신 이웃 대학 아트홀을 찾아 합창대회로 장식한 우리 학교 1학년 가을 소풍 마지막 참가팀인 1학년 2반의 순서가 끝나고 찬조 출연진들이 꾸미는 무대를 2층에서 카메라에 잡아보려고 출입문을 나서는데 `여고생들이 합창을 와 이리 못 하노?` 이런 얘기를 나누며 문을 나서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아마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인 것 같다. 사진을 다 찍고 나니 `--- 왜 이리 못 하노?`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나는 방금 1학년 2반의 노래를 들으며 그 감동으로 눈가에 이슬이 맺혔었는데 그 학생들의 귀에는 왜 그리 들렸을까?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 하는 내게는 아름답게 들렸는데 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학생들의 귀에는 그렇게 아름답게 들리지 않았단 말인가? ? ? ? ? ? ? ? ? ? ? ? 한두 달 전에 TV에 방영되었던 `남격합창단`의 연습과정과 지난 9월 5일 있었던 거제도합창대회 출전 장면은 아직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결과물인 합창대회 출전 장면과 입상 실적만 방영했더라도 아직까지 시중의 화제가 될 수 있었을까?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은 두 달 동안의 과정 속에서 이뤄진 숨은 얘기들을 같이 들려주었기 때문에 대회 참가 장면과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지 않았을까? 오늘 이 대학생들은 눈에 보이는 오늘의 노래만 들었고 나는 이 애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들려주지 못했던 연습 과정에 있었던 숨겨진 뒷얘기까지도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 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 대학생들은 예리한 전문가의 눈으로 결과만 지켜봤고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무디고 무딘 눈이지만 사랑의 눈으로 우리 학생들의 과정까지 지켜볼 수 있었던 차이가 아닐까? 합창대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초청연주회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었다. 이 연주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오늘 눈에 보이는 이희아의 연주에 감동 받게 되는 것일까? 이 자리에서는 볼 수 없는 피눈물 어렸을 이희아의 연습과정을 상상하며 감동 받게 되는 것일까? 눈에 또렷이 보이는 결과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숨어있는 뒷얘기까지 읽어내려는 가난한 시인의 맘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더욱 더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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