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 최영도  (Homepage) 2007-11-13(화) 11:59:49, 3625

이발소를 다니다 처음으로 미장원을 들렀던 날 가장 생소했던 장면은 머리를 감을 때 앞으로 숙여 감겨 주지 않고 뒤로 젖혀 감기는 것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 탓에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몹시 불편했다. 이발소에서는 고개를 숙인 동작으로 감겨 주는데 미장원에서는 왜 뒤로 젖힌 채 감기는 것일까?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냥 다시 이발소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 새로 이사를 오다보니 새 동네 이발소는 약간 어두침침한 이발소라 불편하여 남성 전용 미장원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남성전용 미장원을 찾을 수 없어 그냥 가까운 미장원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중년 아주머니 두 분이 계셨는데 그 중 한분이 머리를 감고 있었다. 미용사 아주머니와 손톱 정리를 위해 물에 손을 담그고 계시는 아주머니 그리고 머리를 감고 계시는 아주머니 그렇게 세 사람이 온갖 얘기들을 주고받고 계셨다. 특히 머리를 감고 계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들어 온 사실을 몰라서 그런지 계속 큰소리로 자기 집안 얘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바로 저거였구나! 고개를 숙여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든 채 머리를 감기는 그런 미장원은 여자 손님이 없어 문을 닫게 되고 말겠구나! 머리를 감고 있는 그 순간까지도 뭔가를 계속 지껄여야 하는 그런 수다스런 여성을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어제는 겨울 채비를 마친 교내 화단을 둘러보았다. 며칠 전까지 연분홍 꽃을 활짝 피우고 섰던 장미가 사라졌다. 어느 놈이 잔인하게 꽃을 피우고 있던 가지까지 싹둑 잘라버렸지?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잠시 후 가지를 자른 분의 다른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늦은 봄, 한 번 꽃 피우기도 힘들 텐데 이런 늦가을 다시 꽃을 피우고 서 있자니 얼마나 힘들겠니? 장미야, 너의 그 꽃 마음이 고맙긴 하지만 이제 너도 좀 쉬어야 되잖겠니? 장미에 대한 배려로 느껴졌다. 내 시각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버린 나의 습관이 나를 내 속에 가두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남의 배려마저도 도리어 불편함으로 받아드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김영국		아, 그랬군요. 그렇게 깊은 뜻이......^^	2007-11-14 1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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