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최영도  (Homepage) 2007-11-27(화) 12:23:25, 4024

대연동 못골 시장 뒷골목에는 특별한 선지국 집이 하나 있다. 좁은 홀에는 탁자 3개, 살림집으로 쓰는 듯한 작은 방에는 밥상 2개를 차려 두고 큰 솥에서 선지를 끓여낸다. 이집을 찾은 손님들은 반주로 막걸리나 소주를 간단히 한잔씩 들이키는데 이 집에서는 술을 팔지 않는다. 마시고 싶은 손님이 직접 상점에서 사다 먹는데 주인은 상관하지 않는다. 바쁜 점심시간이라 궁금해도 물어볼 수가 없어 조용한 오후 다시 들렀다. 아주머니, 이집에서는 왜 술을 안파십니까? 아저씨, 나는 술장사가 아니라 밥장사랍니다. 내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이 밥장사 이고, 남 먹여 살리려고 하는 것이 밥장사 아니겠습니까? 한마디로 같이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 밥장사인 것이지요! 옆집 할매는 하루에 담배 몇 갑 술 몇 병 팔아 먹고 사는데 우리 집에서 술까지 팔아버리면 할매는 뭐 먹고 살겠는교? 옆집 할매도 참 고맙다. 우리가 술 사러 도로까지 나가려면 제법 먼 거린데 바로 옆 골목에서 싼 가격으로 술을 판다. 같이 먹고 살려는 정신 때문인지 모두가 윈윈이다. 손님은 시중 술집에서 2-3천원은 주고 마실 수 있는 막걸리며 소주를 천원 또는 천백원에 마실 수 있고, 할머니는 남이 찾을 수 없는 골목에서 간판도 없이 술을 팔 수 있어 좋고, 식당 주인은 반주로 간단히 한잔만 마시고 자리를 빨리 비켜주어 새 손님을 받을 수 있어 좋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열두 분이나 후보로 등록하셨다고 한다. 그 열두 분 중에 선지국 집 아주머니 같은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 온 국민들이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따끈한 선지국 같은 세상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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