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스 교육은 불가능한가? 박종필  (Homepage) 2021-05-21(금) 12:12:45, 3385

골디락스 교육은 불가능한가? 박 종 필 󰌥 부산교총회장 / 수미초등학교장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우리 교육, 공교육 강화 없이는 희망을 찾기 어렵습니다. 공교육의 희망 찾기는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최대의 과제입니다. 공교육의 희망,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경제학 이론으로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골디락스는 골드(gold-금)와 락스(locks-단수는 자물쇠이지만 복수로 사용되면 머리털이라는 뜻임)의 합친 말로 '금발머리'를 뜻하지만, 그보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합니다. 이 동화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금발머리 소녀인 골디락스는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 셋이 살고 있는 오두막에 들어갑니다. 이 오두막에는 침대, 의자 등 모든 것이 세 개씩 갖춰져 있습니다. 마침 그 때는 엄마곰이 색깔이 아름다운 푸딩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중간 것 세 가지를 만들어 놓고는 이웃집에 들렀다 오기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였습니다. 골디락스는 엄마곰이 만들어 놓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푸딩을 맛있게 먹고는 딱딱하고 부드러운 정도가 다른 세 종류의 침대 중 적당한 아기곰의 침대에 누워 잠들어버립니다. 얼마 후 곰 가족이 돌아와서는 곤히 잠들어 있는 골디락스를 발견하고는 가만히 내려다봅니다. 깜짝 놀란 골디락스는 허겁지겁 달아나는데, 친구도 없이 외톨이로 지내던 아기곰이 괜찮다며 함께 놀자고 해서 다시 돌아오고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골디락스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푸딩을 먹고 기뻐하는 장면, 이것을 경제상태에 비유한 용어가 '골디락스 경제'라고 합니다. 경제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호황인 상태, 즉 성장세는 지속되지만 물가는 상승하지 않는 경제 상태를 말합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는 경제가 한창 호황이어서 골디락스를 즐긴다고 표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고유가, 부동산버블, 인플레 등의 현상을 두고 골디락스를 놀라게 한 세 마리 곰이 돌아온 상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골디락스 경제’라는 용어처럼, 우리 교육도 ‘골디락스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육, 공교육 정상화라는 골디락스 상태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너무 뜨거운 상태인 공무원 연금과 무상급식 문제, 너무 차가운 상태에 있는 과다한 사교육비 지출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면 골디락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빨리 공무원 연금 관련 논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박봉임에도 불구하고 연금 하나만 생각하며 묵묵히 참고 견뎌온 공무원들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라고 해서 공무원을 우대하는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정부가 기금 운용을 잘못한 결과 적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이제 와서 그 모든 책임을 공무원들의 연금 과다로 몰아가는 이상한 논리에 말문이 막힐 뿐입니다. 기금 운용의 책임자가 누구였습니까. 모두가 소위 말하는 정부 산하의 낙하산 관료들이거나 정치인이었는데 공무원들은 어디에다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단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전문경영인이 나서서 기금을 제대로 운용하여 흑자상태로 돌려야 합니다. 무상급식 논란도 잠재워야 할 것입니다. 우리 부산은 다행히도 무상급식을 의무급식으로 표현하며 중학교 의무급식을 추진하려다 1년간 유예를 했습니다만, 경남은 도지사와 교육감이 서로 다투는 모습이 정말 가관입니다. 무상급식 문제는 좌파도 우파도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으나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도별로 재정적 상황과 교육적 환경이 다르니 억지로 전국이 통일된 정책으로 갈 필요 또한 없을 것으로 봅니다. 더 이상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부모들, ‘사교육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상하게도 우리 학부모들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만 가면 다른 아이하고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경쟁적으로 사교육을 시키려 합니다. 사교육에 충실하면 완벽한 아이로 성장하는 걸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 크고 나면 그제사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닫고 후회합니다만. 사실 사교육이 없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가 학생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할 수 없는 영역이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영역에서야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부실로 인한 사교육에 대해서는 우리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 저는 우리 교육, 충분히 골디락스 교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에서 당당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공교육 정상화를 이룰 수 있고, 학생의 학력수준을 높이면서 교육공동체가 만족하는 골디락스 교육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골디락스 교육이 되기까지에는 교직원의 땀방울이 필요합니다. 무지개를 보려면 먼저 비를 맞아야 하듯이 말입니다. 교사들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우리 교장선생님들부터 솔선한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공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2015년 3월 한마음장학회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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