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인간의 그늘에서 김의천  (Homepage) 2024-08-16(금) 10:05:14, 24257

아래의 짧은 글은; 제인 구달의 <인간의 그늘에서(in the shadow of man)>에서 옮겨 왔다. 친구의 부재(不在, 죽음)을 대하는 한 침팬지의 우정의 행동을 묘사했다. 글에 나오는 맥그리거와 험프리는 제인 구달이 붙인 침팬지 이름이다. "......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맥그리거는 틀림없이 잠자리를 만들고 싶은 것이었다. 나(제인 구달)는 그에게 수풀을 한 더미 꺾어다 주었다. 즉시 그는 그 위로 기어서 올라가더니 몸을 누이고 한 손으로 겨우 가지를 꺾어 눌러 푹신한 베개를 만들었다. 그날 밤 나는 죽음을 앞둔 맥그리거를 보기 위해 다시 내려갔다. 그는 내 목소리를 듣고는 1미터쯤 떨어진 잠자리로 들어가서, 나와 손전등에 등을 돌린 채 눈을 감았다. 우리가 그의 신뢰를 얼마나 얻었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다음날 아침 맥그리거가 가장 좋아하는 달걀 두 개에 기뻐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그를 더 행복한 곳으로 보내 주었다. ........... 우리는 다른 어떤 침팬지도 맥그리거의 주검을 보지 못하게 했다. 한동안 험프리는 자신의 늙은 친구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듯 보였다. 거의 6개월 동안 험프리는 맥그리거가 마지막 며칠을 보낸 그 장소를 찾아와 이 나무 저 나무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기다리며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6개월 동안 험프리는 계곡으로 떠나는 다른 침팬지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가끔 그 무리들과 잠깐 잠깐 같이 가기도 했으나 몇 시간 내에 다시 돌아와 늙은 맥그리거를 기다리 듯 앉아서 계곡을 바라보며, 자기의 목소리와 비슷했던, 이제는 영원히 침묵해 버린, 때론 시끄럽게 들렸던, 그 깊은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족 1: 1960년, 제인 구달(Jane Goodall, 영국, 1934~ )은 탄자니아 곰비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불과? 26살. 더욱이 대학 구경도 하지 못했던 고졸 출신이. 이후 그는 침팬지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연구를 시작할 때 맨 처음 그가 한 일은; 만나는 침팬지 모두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었다; 맥그리거, 험프리, 플로, 피건 ....... 이런 식으로. 1번, 2번, 3번 ...이렇게 번호를 붙이는 것보다 이름을 붙이는 방법이 훨씬 더 침팬지들을 알아보기 쉬웠다고 제인 구달은 말했다; 또는 침팬지들을 각각의 생명체로 대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아마, 침팬지들의 얼굴과 모습, 행동에서 제인 구달이 알고 있던/있는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과 행동들이 연상되거나 기억되면; 침팬지에게 그 사람의 이름을 붙였으리라. 1960년대 중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은 제인 구달의 침팬지 연구가 인류의 위대한 역사과학적 성취 중 하나임을 인정하고, 대학 졸업장이 없는 그를 대학원 박사 과정에 초청했다. 수년 후, 그는 그곳에서 동물행동학 박사 학위를 땄다. 사족 2: DNA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침팬치와 고릴라 사이의 친연 관계보다 인간과 침팬치의 그것이 더 가깝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자 99%가 똑같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사촌이 침팬지인 것이다. 인간의 조상이 아프리카 숲에서 나와 초원으로 들어서면서 침팬지의 조상과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고작 600백만 년 전이었다. '인간의 그늘에서' 라는 말은 왠지 좀 섬��하게 느껴진다. 지구상에서 다른 종(種)에 의도적으로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 유일한 종은 인간/호모 사피엔스뿐 아닌가? 즉, 침팬지를 포함하여 다른 종의 생사 여탈권을 인간이 쥐고 있다는 말 아닌가?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 다른 종을 멸종 시킬 수 있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종은 호모 사피엔스 외에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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