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처진 새 최옥석  (Homepage) 2022-12-10(토) 06:03:31, 9623

한울림 소식입니다 이 메시지는 한울림에 단 한번이라도 후원하신 개인이나 단체 등 모든 분들께 전해드리는 소식입니다. 한울림 후원자님 모두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지난 11월 22일 다대포에 사시는 김□□님 댁에 김동춘씨 부부가 방문하였습니다. 김□□씨는 40대 초반의 중증장애우로 활동도우미 없이 혼자서 거동이 불가능한 형편이지만 대화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바르고 교양있는 대화가 몸에 익은 분이시랍니다 김□□ 님께 12월 7일 드럼세탁기 1대를 배달 하였습니다. 여러분의 후원 덕분입니다. 아래 글은 한울림 전자제품 수령 대상자를 선정하는 일을 맡고있는 김동춘씨의 소감문입니다. 참고로 김동춘씨 내외분도 몸이 불편하십니다. 불편한 몸으로 다대포까지 다녀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래-- 2022년 11월 22일,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가을 아침 이번 한울림 지원 대상인을 소개한 친구를 만나 같이 가기로 해서 먼저 다대포로 향했다. 안개 낀 낙동 강변, 가을 갈대, 경치가 좋았다. 산중턱에 자리잡은 오래된 13평 아파트.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 지, 지원 대상인의 뒷모습은 나만큼이나 작았고, 어깨가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자세가 힘들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는데 그는 그대로 있었다. 손님이 왔는데 그는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활동보조인 아주머니께서 그의 몸을 천천히 앞으로 돌리니 그때서야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했다. 두 다리는 물론이고 두 손도 많이 불편해 보였다. 휠체어에도 혼자 힘으로 앉을 수 없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의료용 의자에 앉아 높이를 조절하여 휠체어에 앉는다. 활동보조인 아주머니의 도움으로만 가능한 일이란다. 집은 너무 깨끗했고 피규어 모으는 게 취미인 40대 초반 중증 장애인 남성. 얼굴은 그냥 20대 처럼 순수했다. 5살 때쯤 엄청난 사고로 장애인이 된 그는 사고 이후로 부모님을 한 번도 뵌 적이 없고, 형제도 있는 지 없는 지 모른 체 어느 장애인 시설에서 자라다 청년이 되어 지금의 아파트로 독립을 했단다. 활동보조인 제도가 없었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래되어 세탁할 때 엄청난 소음을 내는 통돌이 세탁기를 한울림에서 많은 분들이 따뜻한 마음을 모은 기금으로 얇은 이불빨래도 가능한 드럼 세탁기로 바꿔주기로 했다. 뒤처진 새 철새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구, 동독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다 돈, 건강, 장애, 어떤 정신적 상황... 살다보면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로 뒤처진 새가 되어 힘겹게 세상을 날 때가 있고, 또 어떤 세월은 뒤처진 새에게 손 내밀어 험한 강을 함께 어깨동무하며 아름답게 건널 때도 있을 것이다. 한울림을 후원하는 많은 분들,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은 우리들 주변에 어렵게 세상을 날고 있을 '뒤처진 새'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희망이 아닐까 한다. 2022. 12. 7 김동춘.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새 책! 『카메라 소메티카 ― 포스트-시네마 시대의 회화와 영화』 박선 지음
다음글 :	목동처럼 살아라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