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부산 : 전남) 최영도  (Homepage) 2008-09-14(일) 09:11:29, 2693

쇠미산을 넘어 축구장을 찾았다. 텅텅 빈 축구장이 서글펐지만 경기를 집중하여 볼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12위 전남과 촤하위 14위인 우리 부산의 경기였는데 양팀 모두 하위권 성적에 걸맞게 로또 축구를 구사하고 있었다. 자기 팀 수비지역에서부터 충실히 과정을 거치며 하나씩 만들어 가는 성실한 축구가 아니라 수비에서 공을 잡자마자 자기 공격수에게 한번에 롱킥으로 뻥 차버리는 로또 축구를 펼치고 있었다.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롱킥으로 우리 공격수가 받아서 골을 넣으면 복권에 당첨된 것이고, 못 받으면 말고 식 로또 축구였다. 전반 내내 한 팀이 공을 잡고 4번 이상 패스 연결이 되는 걸 보지 못했다. 이런 축구경기를 펼치고 있으니 관중들이 찾아줄 리가 없는 것이다. 안타까운 맘으로 경기를 보고 있는데 후반 15분을 남겨두고 안정환을 오른쪽 공격형 미들필드로 교체해 주었다. 15분 동안 공을 잡은 횟수가 여섯번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중 4개가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이어졌고, 그 중 2개를 성공시켜 삽시간에 2 : 0 으로 승리한 채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우리 국가 대표 코칭스텦들이 깨우쳐야할 경기 결과였다. 축구를 비롯한 대부분의 운동경기는 소매치기이고 사기이고 남의 눈을 속이는 마술인 것이다. 소매치기를 성공하려면 마술에 가까운 개인 소매치기 기술을 보유한 재주꾼과 바람잡이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개인기가 특출한 재주꾼이 없을 때는 주위의 관심을 다른데로 돌려줄 바람잡이가  더 더욱 필요한 것이다. 바람잡이가 2선에서 대상의 관심과 주의를 딴 곳으로 유도해 내어야 거사를 쉽게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골을 넣기 위해 계속 1선의 행동대원을 더 확보하는데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정답은 다른 쪽에 있을 것 같다. 1선에서 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2선에서의 바람잡이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대표팀에 특출한 공격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선수가 없는 현실에서 더욱 요구되는 선수는 상대 수비수의 관심을 밖으로 끌어 낼 수 있는 안정환 같은 노련한 바람잡이 사기꾼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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