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론을 제창한 대중적 과학자, 조지 가모프 송성수  (Homepage) 2019-01-15(화) 14:13:06, 12532

<그림> 빅뱅 이론을 제안한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프 George Gamow 1904년 3월 4일 - 1968년 8월 19일 러시아, 미국, 이론물리학, 우주론 ☞ [네이버 지식백과의 <과학인물백과>] ‘빅뱅 이론을 제창한 대중적 과학자, 조지 가모프’ 바로 가기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역사 중에 ‘빅 히스토리(big history)’가 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의 모든 역사가 보여주는 커다란 흐름을 포착하려는 시도에 해당한다. 우주의 탄생(약 137억 년 전), 별과 원소의 출현(약 135억 년 전), 지구의 생성(약 45억 년 전), 생명의 탄생(약 38억 년 전), 현생 인류의 등장(약 20만 년 전), 농경의 시작(약 1만 년 전), 글로벌 네트워크의 출현(19세기) 등과 같은 식이다. 빅 히스토리의 출발점이 되는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가장 유력한 이론은 빅뱅 이론(big bang theory)이며, 그 이론을 제창한 사람이 바로 가모프(George Gamow, ‘가모브’ 혹은 ‘가모’로 표기되기도 한다)이다. 어수선한 학창 시절 가모프는 1904년에 ≪전함 포템킨≫이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모두 중등학교 교사였다. 아버지는 언어와 문학을, 어머니는 지리와 역사를 가르쳤다. 가모프는 어릴 적부터 언어 감각이 뛰어나 러시아어 이외에도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익혔다. 그는 7살 때 공상과학소설의 원조로 평가되는 쥘 베른(Jules Verne)에 푹 빠져 달나라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보통의 작은 종에 전지를 연결하는 실험을 하는 등 과학실험에도 관심이 많았다. 가모프의 학창시절은 매우 어수선했다.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3년 후에는 러시아혁명과 내전이 일어났다. 이에 대하여 가모프는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당시 나는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고, 수업은 자주 중단되었다. 오데사는 외국 군함에서 많은 포격을 받았다. 그리스, 프랑스, 영국의 원정군이 총검으로 무장한 채 시내 중심가로 침입해서 러시아의 백위군, 적위군 또는 녹위군과 전투를 벌였다. 때로는 서로 다른 빛깔의 러시아군끼리 싸우기도 했다.” 가모프는 18살이 되던 1922년에 오데사에 있는 노보로시아 대학의 물리수학과에 진학했다. 그 대학에는 우수한 수학자들이 제법 있었지만, 제대로 된 물리학 강의가 없었다. 이에 실망한 가모프는 오데사를 떠나 레닌그라드로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가모프는 1923년에 레닌그라드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당시에 그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주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었다. 가모프는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 교수의 <상대성이론의 수학적 기초>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이론물리학자의 꿈을 키웠다. 러시아의 물리학자이자 기상학자인 프리드만은 1922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모델을 수학적으로 도출하여 ≪물리학 저널(Zeitschrift für Physik)≫에 발표하였다. 그 논문에 접한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만의 동적인 우주가 수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물리적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프리드만은 자신의 팽창우주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1925년에 37세의 나이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다. 기상관측용 대형 기구를 타고 비행을 하다가 지독한 오한에 겪었고, 결국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림> 팽창우주론의 창시자로 평가되는 알렉산드르 프리드만 프리드만의 갑작스런 죽음 때문에 상대론적 우주론을 연구하려던 가모프의 계획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가모프는 지도교수를 바꾸어 진자의 단열 불변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에 가모프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최신 이론물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그 모임은 가모프와 함께 란다우(Lev Landau)와 이바넨코(Dmitri Ivanenko)가 주관하였다. ‘세 명의 머스킷 총병(Three Musketeers)’으로 불린 그들은 보르그만 도서관에 주로 모여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양자역학의 본 고장에서 연구하다 1928～1931년에 가모프는 양자역학의 본 고장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1928년 여름 학기에 그는 레닌그라드 대학의 지원으로 막스 보른(Max Born)이 있던 독일의 괴팅겐 대학에서 연구할 수 있었다. 한번은 가모프가 코펜하겐 대학의 닐스 보어(Niels Bohr)를 방문했는데, 고맙게도 보어는 덴마크 왕립과학아카데미의 칼스버그 장학금을 마련해 주었고, 가모프는 보어가 운영하던 이론물리학연구소에서 10개월 동안 더 머물 수 있었다. 보어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캐번디시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었던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에게 편지를 보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가모프는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러더퍼드의 지도로 자신의 연구를 일단락 지을 수 있었다. 당시에 가모프가 연구했던 주제는 방사능 붕괴에 대해 양자역학 이론을 적용하는 것이었다. 방사능 붕괴는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었지만, 그것이 왜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가모프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 때문에 방사능 붕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아냈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정확히 결정될 수 없다. 바로 그 때문에 방사능이 핵력에 의한 장애를 뚫고 밖으로 유출될 수 있는 확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터널효과(tunneling effect)’로 불리는데, 그것은 각종 전자장비의 기능이나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29년 여름, 가모프는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다. 당시에 러시아 언론은 가모프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노동계급의 한 아들이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계, 즉 원자핵을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에트의 한 동포가 서구에 대해 러시아의 흙이 플라톤이나 뉴턴을 몇 사람이라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가모프는 해외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레닌그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1929년 9월에 가모프는 다시 캐번디시 연구소로 가서 1년 동안 머물렀다. 보어와 러더퍼드의 권고에 의해 신청했던 록펠러 장학금이 통과되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가모프는 원자핵에 관한 액체 방울 모형(liquid drop model)을 제안하여 핵분열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마련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별 내부의 열핵 반응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1930년 9월부터 가모프는 보어의 도움으로 코펜하겐에서 6개월을 보냈다. 1931년 봄, 가모프는 러시아로 귀국하여 레닌그라드에 있는 라듐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했다. 같은 해에 그는 소련 과학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당시 가모프의 나이는 28세였으며, 소련 과학아카데미 역사상 최연소 회원이었다. 그러나 1931년 러시아의 사회적 분위기는 2년 전에 비해 무척 달라져 있었다. 당시에 스탈린은 ‘자본주의 과학’에 대비되는 ‘프롤레타리아 과학’이라는 이념을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에 가모프는 로마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여권을 신청했으나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여권 교부소에서 모스크바 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한 류보프 보크민체바(Lyubov Vokhmintseva)를 만났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결혼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러던 중 1933년 초에 가모프는 교육인민위원회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거기에는 가모프가 그 해 10월에 브뤼셀에서 열릴 예정인 솔베이 회의에 참가하는 소련 정부의 대표로 선발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당시에 보어는 프랑스 물리학자인 랑주뱅(Paul Langevin)에게 도움을 청해 가모프가 솔베이 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랑주뱅은 프랑스 공산당 당원으로 프랑스-러시아 과학협력위원회의 프랑스 측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가모프는 우여곡절 끝에 아내의 여권도 발부 받아 러시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솔베이 회의가 끝난 후 가모프 부부는 주변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계속해서 외국에 머물렀다. 퀴리 연구소에서 2개월,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2개월, 보어 연구소에서 2개월과 같은 식이었다. 1934년 여름, 가모프 부부는 덴마크 선박을 타고 미국 뉴욕을 향해 출항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이 가모프에게 교수직을 제의했던 것이다. 빅뱅으로 풀어낸 우주의 비밀 가모프는 조지 워싱턴 대학에 부임하는 조건으로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이론물리학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동료 교수를 임용해달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해마다 과학의 최신 주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국제학술대회를 열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제안은 모두 수용되었다. 1935년에는 헝가리 출신의 이론물리학자로 영국 런던대학의 강사로 있던 텔러(Edward Teller)가 조지 워싱턴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같은 해에는 이론물리학 워싱턴회의(Washington Conference on Theoretical Physics)가 조지 워싱턴 대학과 카네기재단의 후원으로 발족되었다. 그 회의는 1935～1949년에 전쟁 기간을 제외하고 모두 10차례에 걸쳐 해마다 개최되었다. 가모프는 1934년부터 20년 동안 조지 워싱턴 대학의 물리학과 교수를 맡았다. 가모프는 텔러를 영입한 후 그와 함께 베타붕괴에 대해 연구하였고, 1936년에 ‘가모프-텔러 선택 법칙(Gamow-Teller selection rule)’을 발표하였다. 그 뒤 가모프는 별의 진화와 열핵 반응에 대해 연구했는데, 그것은 이후에 빅뱅 이론에 관한 연구로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가모프는 원자탄을 개발하기 위한 맨해튼 계획에 동원되지는 않았다. 러시아에서 한때 적색군의 대령으로 복무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는 대학에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는 한편, 미국 해군성에서 고성능 폭약부의 고문으로 활동했다. 1945년에 가모프는 알퍼(Ralph Alpher)를 박사과정 학생으로 받아들인 후 초기 우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허블(Edwin Hubble)에 의해 제안되었던 팽창우주론에 수학적 이론을 적용하여 초기 조건을 추정하는가 하면, 핵물리학을 적용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주가 어떻게 진화되는지를 알아보았다. 3년 동안의 연구 끝에 그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자핵들은 특정한 온도와 밀도의 평형 상태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원초적 물질이 팽창하고 냉각되는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어놓았다. 특히 그들은 빅뱅 후 5분 동안에 10개의 수소 원자핵에 1개꼴로 헬륨 원자핵이 만들어졌다는 점을 계산했는데, 그것은 관측천문학자들이 측정한 값과 일치했다. 빅뱅 이론의 출발점이 되는 논문은 가모프와 알퍼의 이름이 아니라 가모프, 베테(Hans Bethe), 알퍼의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가모프는 1952년에 출간한 ≪우주의 창조≫에서 베테의 이름이 논문에 등장하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계산 결과는 1948년 4월 1일 <화학 원소의 기원>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피지컬 리뷰≫에 발표되었다. 그 논문은 알퍼, 베테, 가모프가 사인했기 때문에 ‘알파-베타-감마 논문’으로 불린다. 알퍼와 가모프의 이름만 들어가면 그리스 알파벳의 순서상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베테의 이름을 중간에 끼워 넣었던 것이다. 논문의 초고를 받아본 베테도 반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계산 결과에 대해 토론하는 등 도움을 주었다.” 가모프 팀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알퍼는 새롭게 합류한 헤르만(Robert Herman)과 함께 우주의 진화과정을 추적했다. 우주가 팽창을 계속하여 열에너지가 전자와 원자핵의 결합을 방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온도가 낮아지자 전자들은 원자핵과 결합하여 중성 원자인 수소와 헬륨을 형성했다. 알퍼와 헤르만은 그 때의 온도가 대략 3,000℃이며, 우주가 팽창하여 그 온도에 이르는 데 약 30만 년이 걸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들은 이러한 계산이 옳다면 중성 원자가 만들어지던 시점에 존재했던 빛이 오늘날에도 우주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빛의 파장은 약 3K(절대온도)인 물체가 내는 복사선의 파장인 1mm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가모프 팀의 강력한 경쟁 상대는 영국의 호일(Fred Hoyle) 팀이었다. 1948년에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의 호일은 본디(Hermann Bondi), 골드(Thomas Gold)와 함께 정상상태 우주론(steady-state cosmology)을 제안했다. 우주가 팽창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새로운 물질이 탄생해서 일정한 평균밀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당시의 과학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모프 팀의 연구결과에는 ‘빅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호일이 1950년에 영국방송공사의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경쟁 이론을 조롱하기 위해 큰 소리로 나타나는 의성어인 빅뱅을 선택했던 것이다. 1953년에는 가모프, 알퍼, 헤르만이 그때까지의 연구를 종합한 마지막 논문을 출판하는 것을 계기로 우주론에 대한 논의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가모프는 자신의 연구주제를 유전정보에 관한 것으로 바꾸었고, 알퍼는 제너럴 일렉트릭의 연구소에, 헤르만은 제너럴 모터스의 연구소에 취직했던 것이다. 아마도 세 사람은 빅뱅 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 토론이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가모프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빅뱅 이론이 입증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965년에 전파천문학 분야에서 우주배경복사(cosmic background radiation)가 발견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미국 뉴저지 주 벨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던 펜지어스(Arno Penzias)와 윌슨(Robert Wilson)은 극히 예민한 잡음을 제거하기 위하여 마이크로파 탐지 시험을 하던 도중에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밤낮과 계절에 상관없이 관측되는 복사선을 발견했다. 우주가 대폭발을 하면서 발생한 빛이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함에 따라 배경 복사로 남았던 것이다. 이러한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론을 지지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졌다. 펜지어스와 윌슨은 197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펜지어스는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가모프, 알퍼, 헤르만의 공로를 인정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선 가모프 가모프는 자신의 분야를 물리학이나 천문학으로 한정짓지 않고 생물학이나 과학교육과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했다. 그는 1954년에 유전정보의 암호화 이론을 전개하여 DNA 분자에 있는 정보가 단백질을 형성하는 20종류의 아미노산으로 번역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돌파구를 마련해주었다. 세 쌍의 염기서열이 결합하여 20개의 염기 삼중쌍(triplet)을 형성하고 이것이 20종류의 아미노산과 1대 1로 대응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혔던 것이다. 같은 해에 가모프는 왓슨(James Watson) <그림>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가모프가 강의하고 있는 모습 과 함께 유전암호의 문제를 다루기 위한 RNA 타이 클럽(RNA Ti Club)을 결성하기도 했다. 가모프는 1954년에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물러났고 1956년에 콜로라도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에 그는 물리과학연구위원회(Physical Science Study Committee, PSSC)의 창립 회원이 되어 중등학교의 물리교육을 개혁하는 데 앞장섰다. 1956년에 그는 첫 번째 부인과 이혼했고, 2년 뒤에 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에 근무하던 바바라 퍼킨스(Barbara Perkins)와 재혼했다. 가모프는 일반 대중을 위해 20권이 넘는 과학 도서를 출판하여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은 ‘미스터 톰킨스 시리즈’이다. 가모프는 1937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출판부가 발간하는 ≪디스커버리≫라는 잡지에 톰킨스 이야기를 연재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1938년에 ≪신비한 나라의 톰킨스 씨≫를 출간했다. 그 후 1940년에는 ≪톰킨스 씨, 원자를 탐구하다≫를 썼고, 두 책은 1965년에 ≪페이퍼백 속의 톰킨스 씨(Mr. Tompkins in Paperback)≫로 합쳐졌다. 이 합본은 이후에도 몇 번의 개정을 거쳤으며, 우리말로는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로 변역되어 있다. 가모프는 1953년에 생물학을 다룬 ≪톰킨스 씨, 생명의 사실을 배우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림> 톰킨스 씨가 상대성이론에 따라 도시의 블록이 좁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가모프는 자신이 “나의 우주론 3부작”으로 칭한 책들을 통해 태양, 지구,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논의했다. ≪태양의 탄생과 죽음≫(1940년), ≪지구의 전기(傳記)≫(1941년), ≪우주의 창조≫(1952년)가 그것이다. 우주론 3부작은 새로운 과학적 논의를 반영하여 몇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으며, ≪지구의 전기≫는 1963년에 ≪지구로 불리는 행성≫으로, ≪태양의 탄생과 죽음≫은 1964년에 ≪태양이라고 불리는 별≫로 개칭되었다. 가모프는 3부작을 출간하면서 우주론에 관한 과학지식을 쉽게 풀어 일반인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내세웠지만, 우주론에 대한 여러 가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견해를 설득시키기 위한 의도도 가지고 있었다. 가모프에게 과학연구 활동과 대중저술 활동은 뚜렷이 구분하기 어려운 성격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가모프는 간결하고 명료한 필체로 과학교과서를 쓰는 데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에서 유명한 것은 1958년에 발간된 ≪물질, 지구, 그리고 하늘≫과 1961년에 발간된 ≪원자와 원자핵≫이다. 두 책의 주요 내용을 바탕으로 2005년에는 ≪톰킨스 씨, 시리즈를 얻다(Mr. Tompkins Gets Serious)≫가 발간되었으며, 우리말로는 ≪조지 가모브의 즐거운 물리학≫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 밖의 저서로는 양자역학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다룬 ≪물리학을 뒤흔든 30년≫과 가모프의 자전적 에세이인 ≪나의 세계선(My World Line)≫ 등이 있는데, 두 책 역시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책을 통해 가모프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그가 과학의 내용이나 과학자의 활동을 풍자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삽화를 직접 그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모프의 책을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거나 과학자를 향한 꿈을 키워왔다. 그는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1956년 유네스코에서 수여하는 칼링가 상(Kalinga Prize)을 받았다. 가모프는 1968년에 6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콜로라도 대학은 그의 이름을 딴 탑을 세웠고, 조지 워싱턴 대학은 그를 기리기 위한 명판(名板)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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