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와 함께 한 일생, 제인 구달 송성수  (Homepage) 2018-01-01(월) 12:23:15, 10426

'무'슨 일이든지 '술'술 풀리는 2018'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아래는 네이버 과학인물백과에 실린 글입니다. ~~~~~~~~~~~~~~~~~~~~~~~~~~~~~~~~~~~~~~~~~~~~~~~~~~~~~~~~~~~~~~~~~~~~~~ Jane Goodall 1932년 4월 3일 영국 침팬지 연구, 자연보존, 동물복지 <그림>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제인 구달 과학은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온갖 기구가 있는 실험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것이 과학의 전부는 아니다. 과학자가 자연환경이나 생명체에 직접 접하면서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현장 연구(field research)가 그것인데, 유인원에 대한 현장 연구는 여성 과학자들이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팬지 연구는 제인 구달(Jane Goodall)이, 고릴라 연구는 다이앤 포시(Dian Fossey)가, 오랑우탄 연구는 비루테 갈디카스(Birute Galdikas)가 선도했던 것이다. 그녀들은 모두 루이스 리키(Louis Leakey)를 매개로 유인원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리키의 세 딸’ 혹은 ‘리키의 세 천사’로 불리기도 한다. 그 중 제인 구달은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저서들이 소개될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매우 높은 과학자이다.   동물에 대한 유별난 관심 제인 구달은 1932년에 영국 런던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사업가이자 유명한 카레이서였고, 어머니는 비서 출신의 소설가였다. 1936년에는 여동생 쥬디(Judy)가 태어났고, 이듬해에 제인의 가족은 프랑스로 이사를 갔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바람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버지는 군대에 입대했고, 남은 세 식구는 번머스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살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집에서 닭과 거위를 키웠다. 제인은 닭이 어떻게 알을 낳는지 궁금해 했다. 닭을 보러 가면 닭이 놀라 도망을 갔기 때문에, 제인은 닭보다 먼저 닭장에 들어가 기다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몇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제인은 닭이 알을 낳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딸이 없어진 줄 알고 경찰에 신고까지 한 참이었다. 1942년 크리스마스 때 외할머니는 제인에게 ≪돌리틀 박사 이야기≫를 선물로 사 주었다. 제인에게는 동물을 사랑하는 주인공의 삶이 자신의 미래처럼 다가왔다. 그 후 제인은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당시에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책은 ≪타잔≫이었다. “열 살 무렵 나는 타잔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어요. …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나도 어른이 되면 동물들이 사는 아프리카로 가야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지요.” 구달은 그녀는 14살이 되던 1946년에 동생 쥬디, 이웃집의 샐리(Sally), 샐리의 여동생 수우(Sue)와 함께 동물을 관찰하는 클럽을 만들었다. 이름은 ‘악어 클럽’이었다. 악어클럽 회원들은 들과 바다에서 자연을 관찰한 후 그 결과를 공책에 적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악어클럽 소식지≫를 만들었는데, 그 대부분은 구달의 작품이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서 구달은 러스티(Rusty)라는 이름의 개를 길들이는 데 몰두했다. 러스티는 무엇이든 금방 배웠다. “누워” 하면 누워서 죽은 시늉을 하고, “일어나” 하기 전에는 10분이고 계속 누워 있었다. 사다리를 올라갈 줄도 알았고 둥근 테를 통과할 줄도 알았다. 러스티는 생각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나쁘다고 배운 행동을 하면 미안한 시늉을 했다. 좋다고 배운 행동을 했는데도 야단을 맞으면 구달이 사과할 때까지 화를 풀지 않았다. 구달은 러스티를 통해 동물도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이스 리키와의 만남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구달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진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어린 시절 내내 나를 가르친 어머니의 철학은 ‘네가 진정으로 원하면 열심히 해라. 기회를 잘 활용해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그러면 꼭 길을 찾게 될 거야.’였습니다. 그러면서 비서 교육을 받아보라고 했어요. 비서라는 직업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고, 그러다보면 아프리카로 가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구달은 1951년에 런던의 퀸스 비서 학교에 입학했으며, 1년 뒤에 비서 자격증을 받았다. 그녀는 시골의 병원에서 몇 달 동안 일한 후 옥스퍼드 대학에 사무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1년 뒤에는 다시 런던으로 가서 영화 제작소에 취직했다. 그녀는 영화를 만드는 일도 좋아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젠가 아프리카로 갈 거야.”라는 의지를 다졌다. 기회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열렸다. 1956년 5월에 고등학교 동창인 클로(Clo Mange)로부터 편지가 날아왔다. 자신의 가족이 케냐에 농장을 샀으니 한번 놀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받은 구달은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거처를 어머니가 사는 집으로 옮겼고, 호텔의 식당에서 웨이트리스 자리를 구하여 열심히 일했다. 1957년 4월 2일, 구달은 케냐에 도착했다. 그녀는 클로의 집에서 3주 동안 즐겁게 지낸 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물을 연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때 클로는 동물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루이스 리키를 찾아가라고 귀뜸해 주었다. 리키는 아내인 메리(Mary), 아들인 리처드(Richard)와 함께 케냐의 올두바이 협곡에서 고인류의 화석을 발굴해 명성을 얻었으며, 당시에는 나이로비에 있는 코리든 박물관(현재 케냐 국립박물관)의 관장을 맡고 있었다. <그림> 올두바이 협곡에서 발굴한 두개골을 조사하고 있는 루이스 리키 1957년 5월 24일, 구달은 루이스 리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가졌다. 리키는 아프리카 동물들에 관한 구달의 폭넓은 지식을 높이 평가했고, 그녀를 비서로 채용했다. 구달은 리키 부부와 함께 올두바이 협곡을 조사하러 다녔는데, 한번은 루이스 리키가 구달에게 침팬지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보라는 제안을 했다. 구달은 침팬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탐독하면서 침팬지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리키가 연구비를 모으는 동안 구달은 영국으로 돌아와 1년 동안 런던 동물원의 홍보부에서 일하면서 동물학에 대해 공부했다. 침팬지와 친구가 된 구달 구달은 다시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녀는 탕가니카(오늘날의 탄자니아)의 곰비 국립공원에 있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당시에 국립공원의 관리인은 “젊은 처녀가 혼자서 아프리카 밀림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가야 허가할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구달은 어머니한테 같이 가자고 부탁했고, 어머니는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구달 모녀가 곰비 국립공원에 도착한 것은 1960년 7월 16일이었다. 구달은 어머니와 함께 캠프를 차린 후 매일 같이 침팬지를 찾아 나섰다.  4개월 후에는 어머니가 영국으로 돌아갔고, 구달은 혼자서 연구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달에게 큰 사건이 발생했다. 침팬지가 구달의 캠프에 찾아온 것이었다. 멀리서 본 적이 있는 수컷 침팬지였는데, 구달은 데이비드(David Greybeard)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데이비드는 구달이 보고 있는데도 야자수 열매를 먹었고 탁자 위의 바나나를 집어갔다. 한 달 뒤 다른 야자수의 열매가 익었을 때 데이비드는 구달을 다시 찾아왔다. 이번에는 바로 곁에 다가와서 구달이 쥐고 있는 바나나를 받아먹었다. 데이비드가 구달과 친구가 된 것이었다. 데이비드가 다른 침팬지들을 캠프로 데려올 때도 있었다. 구달은 침팬지 하나하나를 금방 구별할 수 있었고 각각 이름을 붙여주었다. 데이비드는 침착한 편이었지만 골리앗(Goliath)은 과격파로 쉽게 흥분했다. 주먹코에 귀가 너덜너덜한 늙은 플로(Flo)는 새끼를 여럿 둔 암컷이었다. <그림> 구달의 셔츠를 들어 올리고 있는 데이비드 침팬지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리다 구달의 연구가 무르익어가자 리키는 구달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다. 리키는 구달이 비록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곰비에서 보낸 1년 동안의 눈부신 성과가 충분히 대학 교육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케임브리지 대학 측을 설득했다. 구달은 1961년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등록한 후 하인드(Robert Hinde) 교수의 지도를 바탕으로 1966년에 동물행동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구달은 곰비에서 침팬지의 행동을 관찰하는 동안 두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당시의 사람들은 침팬지를 채식동물로 알고 있었지만, 구달은 침팬지가 육식을 즐긴다는 점을 알아냈다. 침팬지는 고기를 아주 좋아하며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침팬지 수컷이 암컷을 유혹할 때 고기를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구달이 데이비드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었다. 이러한 발견은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한다는 당시의 통념을 뒤집었다. 이에 대하여 리키는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다시 정의하던가, 도구를 다시 정의하던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구달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나섰다. 협회는 구달의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1962년에 라윅(Hugo van Lawick)을 사진작가로 파견했다. 라윅은 네덜란드 귀족 출신으로 아프리카의 야생동물을 사진으로 찍어 언론사에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구달은 1963년에 <야생 침팬지 사이의 내 생활>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실었고, 구달과 침팬지가 함께 있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구달과 라윅은 함께 생활하면서 사랑에 빠졌으며, 두 사람은 1964년에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구달 부부는 다시 곰비로 돌아왔다. 그 때는 플로가 막내 새끼인 플린트(Flint)를 낳은 직후였다. 플로 가족은 늘 함께 다녔고, 플린트를 열심히 돌보았다. 플린트는 걷기, 뛰기, 나무 오르기 등을 익혔으며, 침팬지들 사이에서 통하는 몸짓과 소리를 배웠다. 침팬지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손잡기, 껴안기, 입 맞추기 등과 같은 행동을 했다. 또한 인간의 말과 다르긴 하지만, 서로 다른 뜻을 가진 소리를 30가지 이상 낼 줄도 알았다. <그림> 제인 구달이 플린트와 접촉하는 순간을 포착한 사진 침팬지 연구에서 사회 운동으로 1971년에 구달은 자신의 관찰 일지를 바탕으로 ≪인간의 그늘에서≫를 발간했다. 길들지 않은 동물들과 야생에서 사는 여성의 이야기는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 책은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47개 언어로 번역되어 나갔다. “금발의 미인은 남자보다 침팬지를 더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등장했다. 1974년에 구달은 매우 충격적인 사실에 접했다. 침팬지 사이에서 동족을 살해하는 사례가 처음 관찰되었던 것이다. 이를 목격한 구달은 침팬지에 대한 자신의 선입견을 고치게 되었다. 침팬지도 충분히 잔인해질 수 있으며, 인간에 못지않게 어두운 본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구달의 보고가 자칫 살인을 옹호하는 근거로 오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달은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어떤 사실을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구달은 1974년에 라윅과 이혼한 후 이듬해에 브라이슨(Derek Bryceson)과 재혼했다. 브라이슨은 영국 출신으로 탄자니아 정관계에 두루 인맥을 구축한 실력자였다. 당시에 그는 탄자니아의 국회의원이자 탄자니아 국립공원의 관리자를 맡고 있었다. 브라이슨은 구달의 침팬지 연구에 큰 힘이 되어 주었지만, 1980년에 갑작스러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77년에는 구달의 캠프가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 JGI)로 발전했다. 그녀는 침팬지를 사랑하고 연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구달에게는 걱정거리도 생겼다. 침팬지와 다른 야생동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목장을 만들기 위해 숲을 자꾸 없애 버리는 바람에 침팬지들은 살 곳이 없어졌다. 또 법을 어기고 침팬지를 몰래 잡아 팔아넘기는 사냥꾼들도 있었다. 구달은 1986년에 들어와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마감하고 사회운동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정부 당국이나 환경 단체를 만나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한번은 침팬지를 연구하는 실험실을 방문했는데, 침팬지들이 좁은 격리실에서 하나의 실험대상체로 사육되고 있었다. 구달은 그 곳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을 불러 놓고 실험용 침팬지들의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1991년에는 탄자니아의 10대 청소년 12명이 곰비에 있던 구달을 찾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구달과 상담을 마친 그들은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해줄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기로 결의했다. 이로써 인간, 환경, 동물의 공존을 위해 작은 일부터 시작하려는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운동이 출범했다. 이 운동은 현재 수십만 개의 청소년 모임들로 연결된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구달은 수십 권의 책을 썼으며, 많은 영예도 얻었다. 그녀의 저서에는 ≪인간의 그늘에서≫ 이외에도 ≪곰비의 침팬지들≫, ≪침팬지와 함께 한 나의 인생≫, ≪희망의 이유≫, ≪생명사랑 십계명≫, ≪희망의 밥상≫, ≪희망의 자연≫, ≪침팬지와 함께 한 50년≫ 등이 있다. 구달은 1987년에 외국인 최초로 탄자니아 정부의 킬리만자로 상을 받았으며, 1990년에는 기초과학에 대한 권위 있는 상인 교토 상, 1995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가 위대한 발견이나 탐험에 수여하는 허바드 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영국 왕실이 수여하는 DBE(Dame 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 작위를 받았다. ☞ 네이버 `과학인물백과`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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