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의 비밀을 찾아서 송성수  (Homepage) 2017-11-01(수) 11:08:18, 10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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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지질 사람 자원>의 2017년 9/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우주 삼라만상이 담긴 사각뿔의 비밀 피라미드의 비밀을 찾아서 [발문] 피라미드는 46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지금도 그 위용을 간직하고 있다. 현재 이집트에 남아 있는 피라미드는 보고된 것만 80기가 넘으며, 학자에 따라서는 110～130기로 추산하기도 한다. 그중 기자 피라미드 단지에 있는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연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피라미드는 어디에서 기원했는가? 피라미드는 어떤 식으로 진화해 왔는가? 피라미드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가? 왜 피라미드를 만들었을까? 등등이 그러한 의문이다. 마스타바에서 피라미드로 고대 이집트의 왕인 파라오는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파라오가 죽으면 그의 영혼이 무사히 신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가 취해졌다. 파라오의 무덤은 커다란 궁전처럼 조성되었고, 그 안에는 파라오가 사후에 사용할 온갖 물건이 갖추어졌다. 초창기 파라오의 무덤은 외형이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었으며, 아랍어로 직사각형의 벤치를 의미하는 마스타바로 불렸다. 이와 같은 마스타바에서 기원한 것이 바로 피라미드이다. 최초의 피라미드로는 기원전 2630년경에 축조된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가 꼽힌다. 그것은 마스타바를 6단으로 쌓아 올린 것에 해당한다. 이집트 제3왕조의 2대 파라오인 조세르는 임호테프로 하여금 자신의 무덤을 만들게 했다. 임호테프는 먼저 윗면이 평평한 대형 묘실을 지은 후, 위로 올라갈수록 조금씩 작아지는 여섯 개의 정사각형 단을 쌓아 독특한 계단식 모양을 만들어냈다. 각 층의 높이는 7～12미터였으며, 피라미드 전체의 높이는 62미터에 달했다. 사각뿔 피라미드의 출현 우리에게 익숙한 사각뿔 피라미드는 제4왕조기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대 파라오인 스네페루가 재위했던 기원전 2613년부터 기원전 2598년 사이에는 3개의 피라미드가 만들어졌다. 메이둠(Meidum) 프라미드, 굽은(Bent) 피라미드, 붉은(Red) 피라미드가 그것이다. 메이둠 프라미드는 원래 8단의 계단식 피라미드를 만든 후 그 주위를 돌로 덮어 4각뿔 형태로 완성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경사각을 54도로 과도하게 잡아 표면을 덮은 돌들이 무너지는 바람에 현재는 2단의 탑 모양으로 남아있다. 굽은 피라미드는 높이가 102미터인데, 하단은 경사각이 54도인 반면 상단은 43도로 굽어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시의 기술자들은 메이둠 피라미드의 붕괴에서 교훈을 얻어 굽은 피라미드 상단의 경사각을 줄였던 것이다. 붉은 피라미드는 붉은 색을 띤 화강암으로 건축되었으며, 세계 최초로 완전히 매끈한 경사를 이루고 있는 피라미드에 해당한다. 붉은 피라미드의 높이는 105미터이며, 경사각은 43도이다.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단지에는 3개의 대형 피라미드가 존재한다. 2대 파라오 쿠푸(기원전 2589년～기원전 2566년 재위)의 피라미드, 4대 파라오 카프레(기원전 2558년～기원전 2532년 재위)의 피라미드, 5대 파라오 멘카우레(기원전 2532년～기원전 2504년 재위)의 피라미드가 그것인데, 각각 대(大)피라미드 혹은 제1피라미드, 제2피라미드, 제3피라미드로 불리기도 한다.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148미터로 기원후 13세기 영국에서 링컨 대성당이 세워지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남아 있었다. 카프레 왕의 피라미드는 높이가 136미터이며 그 앞에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동체를 가진 스핑크스(Sphinx)가 축조되어 있다. 이후에 피라미드의 높이는 60～80미터로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멘카우레 왕의 피라미드는 65미터의 높이를 가지고 있다. 피라미드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쿠푸 왕의 피라미드에 대한 기록을 처음 남긴 사람은 그리스의 저명한 역사가 헤로도토스였다. 이후의 학자들은 헤로도토스의 기록, 이집트의 역사에 관한 지식, 현지 탐사 등을 통해 바탕으로 쿠푸 왕의 피라미드가 가진 비밀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우선,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은 노예가 아닌 일반 자유민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일 강이 범람하는 3개월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농부들이 피라미드 건설의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농한기에만 나와서 일을 했으며, 국가로부터 식량도 지원 받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피라미드 건설 사업은 일종의 영세민 취로 사업에 해당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피라미드를 건조할 때 사용된 도구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암산에서 적당한 돌을 끊어오는 데에는 곡괭이, 망치, 쐐기, 톱, 칼, 끌 등 당시에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잘라낸 석재는 둥근 나무토막으로 만든 굴림대를 이용해 공사장으로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라미드를 건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거운 석재를 필요한 높이까지 운반하는 일이었다. 당시에 어떠한 방법으로 석재를 운반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많은 학자들은 피라미드 측면에 경사로를 만들어 석재를 운반했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피라미드를 만든 까닭은? 피라미드의 비밀에 관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피라미드를 만든 이유라 할 수 있다. 피라미드가 파라오의 위엄과 권력을 상징한다거나 이집트 사람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을 보여준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는다. 그러나 왜 피라미드에 매우 정교한 수학적 질서가 담겨 있는지, 왜 그렇게 큰 규모의 피라미드를 지속적으로 건축했는지 등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쿠푸 왕의 피라미드는 네 개의 측면이 각각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 표면은 면도날조차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들어맞고 있다. 더구나 피라미드 둘레의 총 길이를 높이의 두 배로 나누면 원주율(π)에 거의 일치하는 숫자가 되고, 밑면의 대각선을 북동과 북서로 연장하면 두 개의 직선이 나일 강 델타 지대를 포괄하며, 피라미드의 둘레를 피라미드 인치로 나타내면 태양년의 일수 365.2의 천 배와 일치한다. 이러한 사항은 피라미드를 매우 신비한 존재로 만들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지식의 보존 창고로 간주하기도 한다. 매클렐란 3세와 도른은 ≪과학과 기술로 보는 세계사 강의≫에서 피라미드에 대한 또 다른 흥미로운 해석을 제안하고 있다. 저자들은 피라미드의 건축이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을 훈련시키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초기 피라미드들은 농한기에 군중을 동원하여 국가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강화하기 위해 벌인 거대 건축사업의 결과물이었다. 하나 이상의 피라미드가 동시에 건축된 이유는 노동력이 점차 증가하여 남아돌았고, 또 피라미드의 구조상 꼭대기로 갈수록 노동력 수요가 적어지므로 잉여 노동력을 새로운 건설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이 기념비적인 건축은 초기 이집트 국가의 제도적인 근육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오늘날의 무기 산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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