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에 얽힌 상념 송성수  (Homepage) 2017-06-27(화) 13:51:17, 10456

술 장사 하는 친구가 글을 써달라고 해서 한번 적어 보았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해 보세요~~ 술잔에 얽힌 상념 송성수(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술에 대해서는 멋진 시(詩)도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는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이다. 이 시는 당나라의 시인인 이백(李白)이 지은 것이다. 이백은 자(字)가 태백(太白)이라 ‘이태백’으로도 불리며, 술을 엄청 좋아했기 때문에 ‘주태백’으로도 알려져 있다.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아는 사람 없이 홀로 마신다. 잔을 들어 밝은 달 맞이하니, 그림자 비쳐 셋이 되었네.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귐 영원히 맺어, 아득한 은하에서 다시 만나기를 … . 이 시의 원래 제목은 <월하독작(月下獨酌)>인데, 이를 번역한 사람이 <달 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라는 근사한 문구로 바꾸어 놓았다. “술을 마신다.”는 것보다 “술잔을 기울인다.”가 훨씬 운치 있지 않은가? 이백은 혼자 마시는 술을 낭만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상 ‘혼술’을 하면서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고로 술은 어울려 마셔야 더욱 맛이 나는 법이다. 어울려 마실 때에는 자연스레 잔을 서로 부딪치게 된다. ‘술잔’이 ‘술짠’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술잔이 단지 음주를 비유할 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술잔은 술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일등공신이 되기도 한다. 소주는 소주잔에, 맥주는 맥주잔에, 양주는 양주잔에 따라야 제 맛이고 폼도 난다. 와인은 그 종류에 따라 글라스가 달라지는 복잡한 술이다. 글라스의 형태에 따라 와인이 공기에 노출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와인 속의 화학적 성분이 변화되는 정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술잔 중에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것은 단연 소주잔이다. 오랫동안 소주를 즐기신 분들은 소주잔의 변천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계실 것이다. 과거의 소주잔은 지금보다 폭이 좁고 약간 긴 것으로 2홉들이 소주 1병이면 8잔이 나왔다. 반면 요즘 소주잔의 경우에는 소주 한 병에 7잔이 나온다. 여기에도 인간의 호기심이 녹아있다. 8잔이 나오면 2명이 소주 4잔씩 마시고 술집을 떠날 확률이 많다. 그런데 7잔이 나오는 경우에는 2명이 3잔씩 마시면 1잔이 남으므로 소주 1병을 추가로 주문할 공산이 크다. 7은 기가 막힌 숫자이다. 3명이 마셔도 1잔이 남고 4명이 마시면 1잔이 모자란다. 소주잔의 크기를 바꾸자는 아이디어는 한 주류회사에 근무하던 신입사원이 제안했다고 한다. 소주잔의 크기가 바뀌면서 소주 판매량은 크게 증가했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단번에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풍문이다.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주변 문제에 접근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한 창의적 인재였던 셈이다. 나에게도 소주잔에 얽힌 추억이 있다. 나는 종종 장인어른과 소주잔을 기울였고, 술자리를 통해 희로애락을 나누었다. 장인어른과 소주잔을 부딪치는 횟수가 증가하면서 내가 점점 철이 들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한번은 철딱서니 없이 장인어른께 소주잔을 사드렸는데, 장인어른께서 “내가 그 동안 받은 선물 중에 최고!”라고 하시면서 “엄지 척”을 하셨다. 어느덧 장인어른께서 세상을 떠나신 지도 3년이 다 되었다. 이번 기일에는 더 멋진 소주잔을 구해 장인어른을 찾아뵈어야겠다. 평소에는 혼자서 달과 그림자를 벗 삼고 계시겠지만, 한 번씩 나도 끼어서 4강 신화(?)를 만들어봐야겠다. 소주를 7잔으로 공평하게 분배할 방법은 달리 없으므로 각 일병이 최고인 듯싶다.

최정임		'달아래 홀로 술잔을 기울이며' - 달님과 교수님과 그리고 그림자가 함께 술을 마시는 아름다운 장면이 보입니다. 과학자의 글에 마음이 열리고 장인어른과의 추억에서는 아련해집니다. 마음 따뜻한 과학자를 알고있어 기쁩니다^^	2017-07-01 13:20:07
송성수		최정임 선생님,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7-03 16: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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