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에서 문화산업으로, 영국의 쉐필드 송성수  (Homepage) 2016-02-23(화) 11:24:55, 10361

우연히 발견한 글입니다. 제가 2005년에 <생산기술>이란 잡지를 통해 <세계의 과학도시>를 5회 연재했는데, 그 중에서 영국의 쉐필드를 다룬 것입니다. 부산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습니다. <철강산업에서 문화산업으로, 영국의 쉐필드> 이제 국가의 균형적 발전과 지역혁신체제의 구축은 중요한 정책기조가 되었다. 이를 매개로 “과학도시” 혹은 “혁신클러스터”와 같은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도시가 새로운 지역에 건설되어야 효과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방법은 기존의 도시를 재구조화하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산업재생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의 쉐필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몰몬티”에 들어선 문화산업지구 쉐필드는 영국의 중북부 요크셔 지방에 위치한 중소도시이다. 쉐필드는 18～19세기의 산업혁명을 배경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1970년대까지 쉐필드는 철강을 비롯하여 엔지니어링, 실버웨어, 주방용품 등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였다. 실업률도 1979년의 5%에서 1981년에는 11%로 증가하였다. “몰몬티”라는 영화는 번성했던 쉐필드가 점차적으로 쇠락하면서 실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쉐필드는 1980년대부터 전통적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1983년에 쉐필드 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산업으로 문화산업을 선택하였다. 그것은 음악, 공예, 디자인, 멀티미디어, 사진, 영화, 공연, 출판, 패션 등을 망라하였다. 이어 1988년에는 문화산업지구 프로젝트를 발족시켜 문화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작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쉐필드는 약 150개의 문화산업 관련 업체가 집적된 도시로 탈바꿈하였다. 문화산업으로 연간 2,500만 파운드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고용인력은 2,000명을 넘어섰다.   문화산업지구가 들어서면서 쉐필드의 경관은 완전히 바뀌었다. 철도역에서 시내중심가로 2～3분을 걸어가면 쉐필드 할람 대학이 보인다. 그 왼편으로 쇼룸 시네마, 워크스테이션 빌딩, 밀레니엄 갤러리, 쉐필드 독립 영화사 등이 있다. 오른편으로는 강철 드럼 형태로 만들어진 대중음악센터와 문화산업 관련 벤처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과학빌딩이 있다. 다양한 문화시설은 물론 대학과 기업체가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기관이 쉐필드를 이끌고 있나 쉐필드 할람 대학은 문화산업에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전공 학생에 대한 교육에서도 문화가 중시하고 있다. 특히 그 대학은 수요조사를 수시로 실시하여 실제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70여 업체가 입주한 창업보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쉐필드에는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곳은 1998년에 설립된 밀레니엄 갤러리이다. 밀레니엄 갤러리는 전시공간과 휴식공간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으며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밀레니엄 갤러리는 유럽연합, 중앙정부, 시정부, 지역은행 등의 후원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쉐필드 시청은 문화산업의 육성을 위한 중심본부로 기능하고 있다. 쉐필드 시청은 문화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해당사자인 업체와 대학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쉐필드 시청은 새로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고 있다. 쉐필드의 문화산업지구에서 중심공간에 해당하는 곳은 워크스테이션 빌딩이다. 워크스테이션에는 70여 업체가 입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 스쿨과 각종 스튜디오가 구비되어 있다. 워크스테이션은 입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입주업체 사이의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쉐필드의 성공을 이끈 요인 쉐필드의 성공은 무엇보다도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사실상 쉐필드가 문화산업의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에는 2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쉐필드 시정부는 지역의 여건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현실적인 비전과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쉐필드 시정부는 주변의 회의적인 시각에 영합하지 않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면서 추진하였다. 만약 쉐필드가 에니메이션이나 게임과 같은 특정한 분야에만 집중했다면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았을 것이다. 대신에 쉐필드는 다양한 문화산업을 종합적으로 집적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여기에 카페, 극장, 갤러리와 같이 오락이나 여가를 위한 시설도 적절히 결합되었다. 문화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생산과 소비가 결합되지 않고서는 본격적인 발전이 어려운 것이다. 이와 함께 쉐필드는 문화산업지구를 조성함에 있어 기존의 공업단지를 재개발하는 방식을 활용하였다. 아무런 인프라(혹은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지역보다는 다양한 서비스와 저렴한 작업장을 제공받을 수 있는 기존의 지역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상 새로운 지역을 대상으로 관련 업체에게 자금만을 지원하는 방식은 신생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비롯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쉐필드의 성공은 지역 내 시민, 기업, 기관들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졌다. 쉐필드 시의 문화산업육성계획은 민․관이 참여하는 다양한 검토과정을 거쳐서 수립되어 왔다. 또한 실제로 문화산업지구를 조성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각계각층의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이를 통해 쉐필드의 문화산업은 도시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과 유기적으로 결합된 상태에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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