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자전거] 인간이 발명한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 송성수  (Homepage) 2016-01-04(월) 09:11:10, 11082

문화재 제 466호 엄복동의 자전거 사진을 클릭하시면 네이버의 글을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bicycle, 自轉車)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으로 통상적으로는 두 개의 바퀴로 이루어져 있다. 스페인 출신의 유명한 철학자 가세트(José Ortega y Gasset)는 자전거에 대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힘을 얻어 보다 빨리가기 위해 고안된 인간 정신의 창조물”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사실상 자전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동수단 중에 에너지 효율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람 1명이 1마일을 이동할 때 소비되는 에너지를 비교해 보면, 자동차가 1,860칼로리이고 보행이 100칼로리인데 반해 자전거의 경우에는 35칼로리라고 한다.   자전거의 기원 두 개의 바퀴를 연결해 움직이는 장치는 기원전부터 사용되었지만, 자전거와 같이 보행을 돕는 탈 것은 18세기 말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전거의 시조로는 프랑스의 귀족이던 시브락(Conte Mede de Sivrac)이 1791년에 만든 셀레리페르(Célérifère)가 꼽힌다. 셀레리페르는 ‘빨리 달릴 수 있는 기계’라는 뜻으로 아이들이 타고 놀던 목마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셀레리페르는 나무로 된 두 개의 바퀴를 연결한 후 안장을 얹은 형태를 띠고 있었으며, 오늘날의 자전거와 달리 페달도 없었고 핸들도 없었다. 덕분에 셀레리페르는 발로 땅을 구르면서 앞으로 움직여야 했고, 방향을 바꾸려면 기계를 세운 후 앞바퀴를 들어 돌려야 했다. 셀레리페르는 목마라는 뜻의 슈발 드 보아(Cheval de Bois)로도 불렸으며, 당시의 귀족들이나 아이들 사이에서 오락기구로 각광을 받았다. 핸들이 장착된 최초의 자전거는 1817년에 독일의 귀족이던 드라이스(Karl von Drais)에 의해 고안되었다. 당시에 드라이스는 바덴 대공국의 산림을 감독하는 책임자로 있었는데, 광활한 지역을 터벅거리며 걸어 다니는 것에 불편을 느끼고 ‘운전할 수 있는 달리는 기계’에 도전했다. 드라이스의 이름을 따 드라이지네(Draisine)로 불린 그 기계는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무게가 22킬로그램에 육박했다. 드라이지네를 활용하면 1시간 동안 12마일을 주행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수치는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과 맞먹었다. 이후에 드라이지네는 영국으로 전해져 호비 호스(hobby horse) 혹은 댄디 호스(dandy horse)라는 이름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드라이지네는 앞바퀴를 움직일 수 있는 핸들을 달고 있었지만, 여전히 발로 땅을 차서 움직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림 1> 드라이지네에 관한 설계도(1817년) 페달로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는 스코틀랜드의 대장장이이던 맥밀런(Kirkpatrick MacMillan)이 1839년에 처음 개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에도 많은 기술자들이 페달이 장착된 자전거에 도전했는데,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은 프랑스의 대장장이이던 미쇼(Pierre Michaux)가 1861년에 만든 벨로시페드(Velocipede)였다. 당시에 한 손님이 호비 호스를 수리해달라고 미쇼의 가게에 가져 왔는데, 미쇼는 자전거가 스스로 굴러갈 수 있도록 호비 호스의 앞바퀴에 페달을 달았다고 한다. 벨로시페드는 1861년 2대를 시작으로 1862년 142대에 이어 1865년에는 400대가 팔려나갔으며, 대량으로 생산된 최초의 자전거로 평가되고 있다. 미쇼의 벨로시페드는 영국으로 건너가 ‘본 셰이커(Bone Shaker)’란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그것은 노면의 진동과 충격이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림 2> 미쇼의 아들이 벨로시페드를 타고 있는 모습(1868년) 앞바퀴가 큰 보통 자전거 1868년을 전후하여 유럽 사회에서는 자전거가 널리 유행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파리 교외의 생클루에서는 세계 최초의 자전거 경주 대회가 개최되었다. 영국에서 자전거(bicycle)이란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1868년이었다. 다양한 형태의 자전거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19세기 후반에 자전거의 표준이 된 것은 앞바퀴가 유난히 크고 뒷바퀴는 작은 자전거였다. 이러한 자전거는 하이 휠(high wheel) 혹은 오디너리(ordinary)로 불렸다. 오늘날과 달리 당시에는 앞바퀴가 큰 자전거가 ‘보통’ 자전거였던 셈이다. 오디너리 자전거는 페달이 앞바퀴에 직접 붙어 있어 바퀴가 클수록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원리에 입각하고 있었다. 오디너리 자전거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은 영국의 코번트리에서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제임스 스탈리(James Starley)와 윌리엄 힐먼(William Hillman)이 설계한 페니 파딩(Penny-Farthing)이었다. 페니와 파딩은 당시 영국의 화폐인데(1페니는 4파딩에 해당한다), 커다란 앞바퀴는 페니에, 작은 뒷바퀴는 파딩에 비유되었던 것이다. 페니 파딩은 가벼운 틀과 금속 살을 가진 바퀴와 딱딱한 고무 타이어를 갖추고 있었으며, 페달이 한번 왕복하는 동안에 약 3.5미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스탈리와 힐먼은 1860년에 페니 파딩에 대한 특허를 냈고, 이듬해부터 페니 파딩을 생산했다. <그림 3> 오디너리 자전거로 런던 교외를 달리는 광경(1887년) 흥미로운 점은 오디너리 자전거에 대해 관련된 사회집단들이 부여했던 의미가 달랐다는 사실이다. 오디너리 자전거를 선호했던 집단은 빠른 속도를 즐기는 젊은 남성이었다. 이에 반해 여성이나 노인은 오디너리 자전거를 안전성이 결여된 자전거로 보았다. 사실상 앞바퀴가 커질수록 자전거가 높아져 중심을 잡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자전거에서 굴러 떨어져 부상을 당하는 위험도 커졌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 오디너리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여성이나 노인을 겨냥한 자전거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치마를 입은 여성이 탈 수 있도록 안장의 위치를 이동시킨 자전거도 등장했고, 운전자가 균형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세 바퀴를 가진 자전거(tricycle)도 등장했다. 특히 제임스 스탈리는 1877년에 세 바퀴 자전거를 선보인 후 이듬해에 2인용 세 바퀴 자전거인 살보(Salvo)를 개발했는데, 1881년에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살보 2대를 구입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림 4> 19세기 후반에 자전거의 지배적인 형태는 앞바퀴가 큰 자전거였다. 그것은 주로 남성들이 선호했지만 치마를 입은 여성들을 위해 변형된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안전 자전거의 등장과 확산 이와 함께 오늘날의 자전거처럼 두 바퀴의 크기를 비슷하게 만든 안전 자전거(safety bicycle)도 등장했다. 1876년에 영국의 해리 로슨(Harry J. Lawson)은 바이시클렛(Bicyclette)이라는 최초의 안전 자전거를 내놓았다. 그것은 동일한 크기의 앞바퀴와 뒷바퀴를 달고 있었고, 페달을 두 바퀴의 중간에 설치했으며, 페달을 밟으면 체인으로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러한 안전 자전거는 오디너리에 비해 안장에 오르기도 쉬웠고 주행 중에 균형을 잡는 것도 수월했다. 이어 1884년에는 제임스 스탈리의 조카인 존 스탈리(John K. Starley)가 기존의 안전 자전거를 개선하여 다이아몬드 형의 구조를 갖춘 로버(Rover) 자전거를 선보였다. 당시에 자전거 산업은 오디너리 자전거가 지배적인 가운데 안전 자전거에 대한 수요도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자전거 산업의 판도는 1887년에 스코틀랜드의 수의사이던 존 던롭(John B. Dunlop)이 공기 타이어를 개발하고 이듬해에 로버 자전거가 이를 채택하면서 전환의 국면을 맞이하였다. 당시에 던롭이 새로운 바퀴를 개발하는 데에는 9살이던 아들에게 고무 타이어가 부착된 자전거를 사준 것이 계기로 작용하였다. 아들은 자전거를 타기만 하면 엉덩이가 아프다는 불평을 늘어놓았고, 던롭은 공기를 넣어 부풀린 튜브를 고무 타이어 안에 넣은 방법을 고안해 냈다. 던롭의 공기 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는 덜컹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공기 타이어를 모든 집단이 환영한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쿠션을 제공하는 공기 타이어가 오히려 불필요한 것이었고, 일부 기술자들은 공기 타이어 때문에 진흙길에서 미끄러지기 쉬워 안전성이 더욱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19세기 말에 오디너리 자전거 대신에 안전 자전거가 자리 잡는 데에는 자전거 경주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공기 타이어를 장착한 안전 자전거가 다른 자전거보다 빠르다는 점이 자전거 경주를 통해 입증되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공기 타이어의 의미는 진동을 억제하는 장치에서 속도를 증가시키는 장치로 다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그림 5> 던롭이 공기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황금기를 맞이한 자전거 1890년대에 들어와 자전거 산업은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전의 자전거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집단이 사용하는 매우 일상적인 이동수단이 되었다. 고객을 방문하는 세일즈맨, 왕진을 가는 의사, 등하교를 하는 학생 모두가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았다. 자전거를 타는 블루머 걸(bloomer girl)은 여성 독립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도 했는데, 블루머는 끝 부분을 밴드로 묶은 헐렁한 반바지를 뜻한다. 1896년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마차업자, 재봉사, 구두 가게, 모자 가게, 서점이 한결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자전거는 마차와 달리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었다. 또한 자전거족은 간편한 옷과 신발을 선호했으며, 바람 때문에 모자를 쓰지 않았다. 심지어 사람들이 밤낮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불만도 나왔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최초의 자전거는 윤치호(尹致昊)가 미국에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정확한 시기가 1883년인지, 1895년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제강점기에는 엄복동(嚴福童)이 자전거를 잘 타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는 자전거 경주 대회에서 일본인을 제치고 줄곧 1등을 차지했기 때문에 일제의 압정에 시달리던 조선인에게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쳐다보니 안창남(安昌男), 굽어보니 엄복동”이라는 동요까지 유행했는데, 안창남은 우리나라 최초의 비행사였다. <그림 6> 일제강점기에 엄복동이 타던 자전거로 2010년에 등록문화재  제466호로 지정되었다. <참고문헌> 프란체스코 바로니(문희경 옮김), <자전거의 역사: 두 바퀴에 실린 신화와 열정> (예담, 2008). 데이비드 헐리히(김인혜 옮김),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두 바퀴 탈것> (알마, 2008). 로버트 펜(박영준 옮김), <자전거의 즐거움> (책 읽는 수요일, 2015). 송성수 엮음, <과학기술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 (새물결, 1999). 이종호, <과학자들의 돈 버는 아이디어> (사과나무, 2012). <사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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