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식백과] 재봉틀 - 가정에서 널리 사용된 최초의 기계 송성수  (Homepage) 2015-09-24(목) 12:15:15, 11308

[네이버 지식백과]의 (세상을 바꾼 발명과 혁신) 코너에 9개의 글이 새로 올라와 있습니다. 계산기, 고무, 비누, 승강기, 열기구, 재봉틀, 전신, 청진기, 통조림 등입니다. 그 중 재봉틀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 재봉틀 - 가정에서 널리 사용된 최초의 기계 재봉틀 혹은 재봉기(裁縫機)는 천, 가죽, 종이, 비닐 등을 실로 엮는 데 사용하는 기계이다. 영어로는 소잉 머신(sewing machine)이고, 일본에서는 미싱(ミシン)으로 불린다. 소잉 머신이 일본에 전해지면서 뒷부분인 ‘머신’이 변하여 ‘미싱’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당시만 해도 재봉틀은 가정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계였기 때문에 ‘재봉틀 = 기계’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셈이다. 재봉틀을 파괴하는 사람들 18세기 이후에는 섬유산업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수많은 방적기와 방직기의 혁신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의복을 생산하는 공정은 기계화되었지만, 바느질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실상 바느질은 엄청난 시간과 손길을 요구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노동이었다. 이를 배경으로 당시의 많은 기술자들은 바느질하는 기계에 도전하여 일확천금의 기회를 꿈꾸었다. 제일 먼저 재봉틀에 도전한 사람은 영국의 가구상인 세인트(Thomas Saint)였다. 그는 1790년에 가죽에 구멍을 뚫고 구멍 사이로 실을 통과시키는 기구로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세인트가 실제로 그러한 기구를 만들어 사용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최초의 실용적인 재봉틀은 프랑스의 재단사인 시모니(Barthelemy Thimonnier, 1793년 ~ 1857년)가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829년에 한 가닥의 실로 바느질을 하는 기계를 만들었고 이듬해에 특허를 받았다. 시모니의 재봉틀은 수평으로 된 봉에 바늘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수작업보다 5배 이상 빠른 속도로 바느질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모니는 1830년에 프랑스 육군에게 군복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세계 최초의 기계식 재봉공장을 세웠다. 그로부터 10년 뒤에는 80대의 재봉틀을 갖출 정도로 시모니의 사업은 크게 번창했다. 그러나 당시의 재봉사들은 자신들의 생계가 위기에 처하자 시모니의 공장에 불을 지르고 시모니에게 집단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결국 1841년에 시모니의 공장은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하우, 현대적 재봉틀을 만들다 오늘날과 같이 두 가닥의 실로 바느질을 하는 재봉틀을 개발한 사람은 미국의 기술자인 일라이어스 하우(Elias Howe, 1819년 ~ 1867년)였다. 하우는 매사추세츠 주의 스펜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다리를 절어 농사일을 하는 것이 어려웠다. 하우는 18살 때 보스턴의 기계기술자인 데이비스(Ari Davis)의 제자가 되어 정밀기기를 제작하고 보수하는 일을 시작했다. 하우의 재봉틀에 대한 관심은 아내의 고생에서 비롯되었다. 하우의 수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는 삯바느질로 생계를 도왔다. 하우는 아내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바느질 기계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바느질은 비슷한 작업을 반복해서 수행하는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기계로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곧이어 하우는 두 개의 실이 구멍을 통과하면서 함께 박히는 기계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꿈에서 얻어졌다. “어느 날, 나는 이상한 꿈을 꿨다. 어찌 된 영문인지 나는 식인종들 앞에 끌려가 1시간 안에 재봉틀을 만들지 못하면 사형에 처한다는 엄명을 받았다. 아무리 궁리했으나 그 기계의 발명이 쉽지 않아 나는 사형장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식인종이 창을 겨누며 다가왔다. 햇빛에 창끝이 반짝이고 있을 때, 나는 창끝의 조금 넓적한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바로 이거야!’라고 외치면서 번쩍 정신을 차려 잠에서 깨어났다.” 하우가 주목한 것은 바늘구멍의 위치였다. 보통 바늘은 실을 꿰는 구멍이 뒤쪽에 있는데, 원주민의 창에서는 앞쪽에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우는 앞쪽 바늘구멍에 실을 꿰어 윗실과 밑실로 겹바느질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친구로부터 돈을 빌려 시제품을 만든 후 1846년에 재봉틀에 대한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하우도 시모니와 마찬가지로 커다란 반발에 부딪혔다. 하우가 보스턴의 양복점 주인들에게 자신의 재봉틀을 보여주자 그들은 “이 기계가 양복 값을 떨어뜨리고 결국 양복점을 망하게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갱단을 시켜 하우의 목숨을 협박하고 재봉틀을 파괴하는 사태도 일어났다. 하우는 영국으로 가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했다. 형이 먼저 영국으로 갔고 하우는 1848년에 합류했다. 영국에서 하우는 재봉틀을 쓰는 한 명과 바늘을 쓰는 20명 중 어느 쪽이 빨리 박음질을 하는지에 대한 시합을 개최했다. 결과는 재봉틀의 승리였다. 이를 계기로 하우의 재봉틀은 널리 확산되기 시작했지만, 하우는 1년 뒤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후원자와 분쟁이 발생한데다 아내의 건강도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재봉틀 산업을 일으킨 싱어 1851년에 뉴욕 주 피츠타운 출신의 기계공인 싱어(Isaac Merritt Singer, 1811년 ~ 1875년)는 개량된 재봉틀로 특허를 받았다. 싱어는 바늘의 아래쪽에 구멍을 만들고 발판을 추가하는 식으로 하우의 재봉틀을 개량했다. 같은 해에 싱어는 동업자들의 출자를 바탕으로 싱어 앤 컴퍼니(I. M. Singer & Company)를 설립했다. 그 회사는 “한 집에 한 대의 싱어 재봉틀을!”이라는 모토 아래 재봉틀에 대한 전시회와 재봉틀 빨리 돌리기 시합을 개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싱어의 재봉틀이 널리 확산되기 시작하자 하우는 1854년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이에 싱어는 헌터(Walter Hunt)와 연합하여 맞소송을 신청했다. 당시에 싱어는 헌터가 1834년에 두 가닥의 실로 작동하는 재봉틀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법원은 하우의 손을 들어주었다. 1만 5천 달러를 하우에게 배상하고 이후에 판매되는 재봉틀 1대당 5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것이었다. 싱어 회사에서 금융을 담당한 클라크(Edward Clark)는 마케팅에서 중요한 혁신을 이루어냈다. 당시에는 도매상이나 대리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클라크는 직영지점(branch office)을 설치하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였다. 싱어 회사의 직영지점은 1852년에 처음 설치된 후 1859년에는 14개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클라크는 할부판매 제도를 도입하여 재봉틀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싱어 회사는 미국식 생산체계에 일찍 주목한 기업이기도 했다. 18세기 초반에는 병기창에서 무기를 제조할 때 교환 가능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싱어 회사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재봉틀을 생산하는 데에도 적용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싱어 회사는 생산량의 증가와 원가의 절감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었다. 싱어 회사의 재봉틀 생산량은 1856년의 2,564대에서 1860년의 1만 3천 대로 증가하였고, 같은 기간에 재봉틀의 가격은 100달러에서 50달러로 감소하였다. 싱어 앤 컴퍼니는 1863년에 싱어제조사(Singer Manufacturing Company)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세계적인 재봉틀 업체로 거듭났다. 당시 미국의 가정에서는 싱어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갔다. 싱어제조사의 성장을 배경으로 하우도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하우는 남북전쟁 기간에 북군 병사들을 위해 30만 달러라는 거금을 기부했는데, 그 돈은 다름 아닌 싱어로부터 받은 로열티였다. “꽃님이 시집갈 때 부라더 미싱” 재봉틀의 혁신은 계속되었다. 1854년에 미국의 발명가인 윌슨(Allen Benjamin Wilson)은 옷감을 앞으로 밀어 넣는 장치를 고안하여 재봉틀을 더욱 정교한 장치로 만들었다. 전기로 가동되는 재봉틀은 1889년부터 공장에서 사용되었으며, 1921년에는 가정용 전기 재봉틀도 등장했다. 1970년대 중반에는 미리 입력된 패턴에 따라 자수를 놓는 컴퓨터 재봉틀도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877년에 재봉틀이 처음 도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원도 금화에 살던 김용원(독립운동가 김규식의 부친)이 일본에 갔다가 재봉틀을 구입했던 것이다. 아마도 싱어 재봉틀로 보이는데, 이것을 본 당시 사람들은 마치 요술쟁이인 양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이어 1896년에는 이화학당의 교과목 가운데에 재봉과 자수가 등장했고, 1905년에는 싱어제조사의 한국 지점을 설치한다는 광고가 실렸다. 우리나라에서 재봉틀은 오랫동안 집안의 가보처럼 사용되다가 196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그 효시는 1965년에 출시된 부라더 미싱이었다. 부라더 미싱은 부산정기 주식회사가 일본의 부라더 공업과 합작하여 생산한 재봉틀이었다. “꽃님이 시집갈 때 부라더 미싱”은 1970년대에 유행했던 광고 카피였다. 지금은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1970년대만 해도 재봉틀은 혼수품 목록 1호였던 것이다. 참고문헌 이효준, 『유레카! 발명의 인간』 (김영사, 1996년). 이종호, 『과학자들의 돈 버는 아이디어』 (사과나무, 2012년). 한스 요아힘 브라운(김현정 옮김), 『세계를 바꾼 가장 위대한 101가지 발명품』 (플래닛미디어,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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