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문화코드 송성수  (Homepage) 2014-07-05(토) 12:48:04, 3842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발간하는 <기술사업화매거진> 제29호 (2014. 6. 25)에 게재한 글입니다. --------------------------------------------------------------------------------------------------------- 토머스 에디슨(Thomas A. Edison, 1847～1931)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미국에서 1,093개의 특허를 받았고, 다른 나라에서 1,239개의 특허를 받았다. 에디슨은 역사상 가장 많은 특허를 받은 사람인 것 같다. 그를 ‘발명왕’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에디슨의 발명은 중요하다. 그의 대표적인 발명품인 백열등, 축음기, 영화 등은 오늘날 과학기술문명의 원조에 해당한다.   에디슨은 1879년에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백열등을 발명함으로써 전기의 시대를 개막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에디슨의 발명이 백열등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발전, 송전, 배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전기 모터, 발전소, 전선, 소켓, 스위치, 퓨즈, 계량기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에디슨이 발명한 것은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술이 결합된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소여(William E. Sawyer), 독일의 괴벨(Heinrich Göbel), 영국의 스완(Joseph W. Swan) 등과 같이 에디슨에 앞서 백열등을 발명한 사람은 많았지만, 에디슨을 진정한 백열등의 발명가로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디슨은 전등을 시스템적 차원에서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전등의 상업화를 위한 활동도 시스템적으로 전개하였다. 즉, 전등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회사, 전력을 공급하는 회사, 발전기를 생산하는 회사, 전선을 생산하는 회사 등을 잇달아 설립하여 전기에 관한 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에디슨 제국(Edison Empire)’을 구성했던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1889년에 에디슨 제너럴 일렉트릭(Edison General Electric)으로 통합되었으며, 1892년에는 톰슨-휴스턴 전기회사(Thomson-Houston Electric Company) 사와 합병되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이 되었다.   에디슨의 발명품 중에 백열등 다음으로 유명한 것은 축음기라 할 수 있다. 그는 1877년에 축음기를 발명함으로써 ‘멘로 파크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청력을 잃은 사람이 말하는 기계를 발명한 것이 높이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자신의 발명을 널리 알리기 위해 축음기의 가능한 용도로 다음의 10가지를 제안하였다. ① 속기사 없이 사람의 말을 받아쓰는 기계, ② 맹인을 위한 발음 교육, ③ 대중연설 가르치기, ④ 음악의 재생, ⑤ 가족용 기록의 보관, ⑥ 자동연주 음악기와 장난감, ⑦ 시간을 알려주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계, ⑧ 정확한 발음의 보관, ⑨ 교사의 설명을 재생하는 교육기구, ⑩ 전화 기록의 보존 등이 그것이다. 에디슨은 1887년에 웨스트 오렌지에 연구소를 설립한 후 축음기를 상업화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축음기의 오락적 가능성을 알아차린 사람들은 축음기를 주크박스(jukebox)로 변경시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에디슨은 축음기를 속기사 없이 사람의 말을 받아쓰는 기계로 생각했지 음악재생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는 1891년에 주크박스의 가치를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사무실에서 사용되어야 할 축음기가 왜곡되었다고 생각했다. 에디슨은 축음기를 개량할 때에도 그 목표를 정밀도가 더욱 뛰어난 구술 기록기를 제작하는 데 두었다. 이처럼 에디슨은 대중문화를 선도했던 축음기를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성장한 새로운 문화를 이해하지 못했던 역설적인 삶을 살았다. 에디슨의 이러한 면모는 영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1891년에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로 불린 활동 사진기를 개발하였다. 키네토스코프가 1893년에 개최된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자 에디슨은 영화사업에 본격적으로 도전하였다. 그는 1893년에 세계 최초의 영화 스튜디오에 해당하는 검은 마리아(Black Maria)를 차렸으며, 1894년에는 영화사업을 담당하는 에디슨 제작회사(Edison Manufacturing Company)를 설립하였다. 에디슨의 극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입을 다물 줄 모를 정도의 감동을 받았고, 에디슨의 영화산업은 앞날이 매우 밝은 듯이 보였다. 19세기가 저물 무렵에 미국의 영화는 다수의 관객을 동원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하였다. 에디슨의 영화는 한 사람에게 서비스하는 형태를 띠고 있었지만, 영사기와 스크린이 널리 확산되면서 영화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관람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를 배경으로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5센트만 내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극장들이 번창하였다. 이러한 5센트 극장(nickelodeons)은 대중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스타를 키우는 일이나 화면을 크게 하는 일에 과감히 투자하였다. 이에 반해 에디슨은 오락적 가치가 있는 영화보다는 교육이나 과학과 관련된 영화를 제작하였고, 스타나 화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영사기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몰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에디슨은 과학의 기본적 원리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면서 미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과학이 산업과 일상생활의 문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술회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5센트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열 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였다. 이러한 에디슨의 사업전략은 점점 소비자의 기호와 멀어지게 되어 에디슨은 영화를 발명했지만 영화사업에서는 실패한 사람이 되었다. 축음기와 영화에 대한 사례는 에디슨이 대중에게 새로운 기술을 제공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대중이 그것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게 될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즉, 그는 축음기를 사무용 기계로 생각하였고, 영화에는 교육용 매체로서의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와 영화는 20세기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와 부합되지 않은 문화적 코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에디슨의 문화코드는 그의 발명코드나 경영코드에 비해 한참 뒤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엔지니어나 기업가에게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최영도		참 재미난 과학 이야기네요!	2014-07-05 13: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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