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인 것이 부끄러웠던 토크 송길원  (Homepage) 2022-03-17(목) 07:24:42, 20176

청란교회의 예배에는 자신의 일상을 나누는 토크가 있다. 이루아(초 6)의 토크는 어른된 나 자신을 향한 회초리였다. 따끔거리고 아팠지만 시원했다. 어떤 분은 한 없이 울었다고 했다. 통합예배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글자 한 자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제한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신앙토크를 맡게 된 이루아입니다. 토요일에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도사님께 전화가 와서 토크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원래 발표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침을 먹으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래저래 생각해보았습니다. 근데 조그만 여자애가 이런 데 나와서 목사님처럼 신앙에 관해 얘기를 한다면 진짜 너무 어색할 것 같아서 솔직하게 제 일상을 말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했습니다. 저는 평일엔 학교에 가서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고 집에 오면 정말정말 열심히 카페 활동을 합니다. 솔직히 집에선 핸드폰 붙잡고 사는 게 일상이 됐어요. 근데 이걸 하면 할수록 과연 이게 의미있는 일인가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전 분명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있는데도 매일 뭔가 허전했어요. 되돌아보면 제 하루에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었던 거예요. 매일 성경을 꼭 읽으라는 아빠의 끈질긴 말에 못 이겨 가끔 성경을 읽긴 하지만 그것마저 제대로 하지 않으니 제 영혼에 도움이 될 리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 나이에 신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아이는 거의 없을 거예요. 다들 틱톡, 인스타 등등 sns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하지만 매주 훌륭한 설교를 들으면서 하나님을 믿고 함께하는 나그네가 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고 있는데 제가 이러면서 주어진 인생을 낭비해도 되는 걸까요? 그건 당연히 아니었어요. 저도 하나님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했지만 저는 많이 약했고 그래서 그걸 알면서도 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은연중에 무시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에만 열정과 관심을 쏟아부었어요. 그것이 제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습니다. 저는 들으신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배은망덕하고 한없이 나약합니다. 이 부분 쓰면서 많이 죄송하고 속상했어요. 막연하게 머릿속 깊은 곳에서 생각해왔던 문제를 대면하는 것은 정말 마음에 힘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물어보는 건 실례일지 모르지만 저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어보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의 하루에는 하나님이 함께하고 계신가요? 불행하게도 저의 매일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은 용서가 많으신 분이고 우리에게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저는 어리고 나약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작게라도 매일 하나님께 기도하며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어쩌면 저도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이 준비문 쓰면서 저 스스로 많이 놀랐어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리고 또 죄책감도 생각보다 많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하루밖에 없었지만 쓰는 게 많이 어렵지 않았어요. 마치 미리 생각해 두었던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하나님이 제게 돌아오라고 기회를 주신 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오늘을 시작으로 많이 어렵겠지만 매일 조금씩 성경을 읽고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오늘을 생각하면서 잘 해내기를, 여기 계신 분들도 매일 하나님과 함께하기를 기원하면서 토크를 마치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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