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의 대화 송길원  (Homepage) 2019-02-27(수) 07:25:27, 10416

산은 험했고 가팔랐다. 우거진 나무 사이로 기어 다니며 지형을 살폈다. 1년도 넘었다. 여름 산과 가을 산이 달랐다. 산은 겨울에 가서야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었다. 산의 골격, 구릉이 보였다. 다람쥐가 기어다니던 작은 길, 실핏줄도 알았다. 그렇게 산세를 따라 산책로를 만들었다. 돈이 없으니 측량도 설계도 언감생심이었다. 웬만큼 산을 한 바퀴 돌 정도가 되었을 때 주기도문을 떠올렸다. 산 이름부터 지어 주었다. ‘바이블 마운틴’ 산도 이 마음을 알았을까? ‘천지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이야기를 입혔다. 작품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거의 모두가 기부로 이루어졌다. 주기도문 영성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마음에 드는 코스도 있었고 약간은 떨떠름한 코스도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낭떠러지였다. 왜 이렇게 굽은 길을 선택해야 했는지 아니 산 모양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길은 어김이 없었다. 길은 이야기를 불렀고 이야기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인생의 막바지요. 낭떠러지라고 여겼던 절망의 끝이 실은 골목이 꺾이는 길모퉁이일 뿐이다.” 이야기가 입혀지고 아포리즘이 화답하는 순간 산은 명품으로 탄생하고 있었다. 모퉁이 길을 돌아서는 그 자리에 어김없이 천국의 계단이 놓여 있었다. 나는 그 때 알았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지금도 매일 산을 오르는 이유다. 나는 산(山)과 수도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나도 시인이 된다. “나는 나무에게 물었다. 하나님에 대해 말해 주겠니? 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다.”-타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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