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에 물들어 송길원  (Homepage) 2018-10-22(월) 06:13:10, 10481

교회주보라 하면 대개는 교회 이미지를 담아낸다. 이어 예배순서를 새긴다. 그리고 헌금자 명단과 광고가 따른다. 주보는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다. 교회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지면에 무엇을 담아내느냐가 그 교회의 스피릿이 된다. 그런데 전주 태평교회(담임:김재곤목사) 주보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거기 시가 실려 있었다. 담임목사와 교역자가 꾸민 페이지가 아니었다. 온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싣게 된단다. 놀라웠다. 나에게 기회가 돌아온다면 나도 추천하고 싶은 시(詩)가 있다. <어떤 경우> 어떤 경우에는 내가 이 세상 앞에서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어느 한 사람에게 세상 전부가 될 때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한 사람이고 한 세상이다.-이문재 #.‘시(詩)란 무엇인가’를 묻는 대신 ‘시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시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고 묻지 않고 ‘시가 무엇을 더 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개념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늘 역설이 있다. 세계관(世界觀)이 아닌 세계감(世界感)을 이야기하는 시인에게서 난 세상을 ‘감’ 잡고 싶었다. 그런데... 요 며칠 동안 난, 김목사님을 통해 나의 목회와 먼 미래를 ‘감’ 잡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세상 전부’로 살 수는 없을까? 시를 사랑하는 교회, 시심(詩心)으로 가득 찬 태평교회가 많이 그리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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