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는 30분이다. 송길원  (Homepage) 2018-06-29(금) 08:46:04, 10418

“…저기가 어디야, 아름답구먼. 나 이제 급히 감세” 채규철(교육자)선생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교통사고로 3도 화상에 30차례 성형수술 오그라든 몸으로 농촌계몽·청십자운동을 펼쳤다. ‘E.T.할아버지’라고 불리었다. 어린아이들이 ‘이미 타버린 할아버지’라는 뜻으로 붙여준 별명이었다. 채선생은 “이 몸이 요즘 돈으로 6000만원 넘게 들여 성형한 몸인데, 사람들이 진가를 몰라줘”라며 웃음으로 상처를 넘기곤 했다. 그는 그렇게 희망으로 상처를 덮었다. 생전 그가 남긴 어록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이것이다. “우리 사는 데 ‘F’가 두 개 필요해. ‘Forget(잊어버려라), Forgive(용서해라).’ 사고 난 뒤 그 고통 잊지 않았으면 나 지금처럼 못 살았어. 잊어야 그 자리에 또 새 걸 채우지. 또 이미 지나간 일 누구 잘못이 어디 있어. 내가 용서해야 나도 용서 받는 거야.” “소나기 30분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인생의 소나기 먹구름 뒤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태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그런 믿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살다 간 사람 채선생님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오늘따라 창밖의 소나기가 세차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황순원의 밀어
다음글 :	교회는 힘이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