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취미 송길원  (Homepage) 2016-03-01(화) 07:05:53, 4401

양평 사무실은 통신의 장애 때문에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불편했는데 점차 익숙해져 갑니다. 덕분에 사무실에 가만 갇혀 있어야 할 제가 일부러 일어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쏘이게 됩니다. 새 소리를 듣습니다. 아지랭이를 봅니다. 차가운 바람을 볼에 맞고 아직도 쌓여있는 겨울 눈을 밟기도 합니다. 전화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걷게 됩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입니다. 개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러다 보면 저도 모르게 걷게 됩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서면 이미 나는 딴 사람이 되어 있음을 압니다. 불편이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가 그랬지요. "나는 일체의 물질적 근심 걱정을 완전히 떨쳐버린 채 숲으로 산으로 들로 한가로이 걷지 않으면 건강과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나는 단 하루라도 밖에 나가지 않은 채 방구석에만 처박혀 지내면 녹이 슬어버린다." 그의 글을 읽다말고 던져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취미도 산책이었을까?" 그렇다고 여깁니다. 예수님이 하신 수 많은 새와 꽃의 이야기는 자연학습의 산물이었습니다. 요새 말로 그 분은 숲해설가이고 생태학자이셨습니다. 들의 백합화, 겨자씨와 참새 이야기에서 부터 누룩과 좀 동록..... 그 분은 자연을 깊이 관찰하셨고 거기서 얻을 통찰을 아주 쉬운 용어로 풀어내셨습니다. 교실에 갇힌 수업이 아닌 현장학습이었습니다. 때로는 산에서 때로는 호수가에서 때로는 들판을 보며 수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저도 서서히 양평 촌사람이 아닌 양평의 숲 사람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피카(fika)로 찾아낸 행복
다음글 :	그을린 내 인생이라고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