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을린 내 인생이라고요? 송길원  (Homepage) 2016-02-17(수) 07:56:18, 4093

오동나무 하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오동나무 관’ 왜 오동나무 관이었을까요? 오동나무 관에 입관하면 후생에 좋은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이야기 때문이라 하지요. 하지만 실제로 오동나무는 영하 25도의 추위에서도 잘 견디고 방습과 방충에 뛰어나 유골 외에 잔재가 전혀 남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오동나무는 관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쌀통으로도 쓰였지요. 좀이 슬지 않아서입니다. 또한 딸을 낳으면 뜰 안에 오동나무를 심어 그 딸이 시집 갈 때 장을 만들어 혼수로도 보냈지요. 쓰임새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음향전도가 잘 되고 가공이 잘 되어 전통악기인 거문고를 만드는데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삶과 죽음을 동시에 드러내는 나무가 오동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오동나무에 관한 이런 스토리가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아궁이에서 오동나무가 타고 있었다. 채옹이라는 선비는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만 듣고도 곧바로 알아차린다. ‘좋은 재목이로구나!’ 채옹은 아궁이에 불을 때던 사람에게 돈을 주고 곧바로 오동나무를 산다. 타들어간 자국이 아직 남은 그 오동나무는 결국 멋진 거문고가 된다. 과연 그 소리는 상상한 대로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이래서 채옹이 만든 거문고를 초미금(焦尾琴)이라 합니다. 꼬리가 그을린 거문고라는 뜻입니다. 이런저런 일로 그을린 내 인생, 하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낼 때 초미금 인생이 되는 것 아닐까요?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예수님의 취미
다음글 :	다시 쓰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