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4월 중순경, 장모님 생신을 맞이하여 처갓집과 함께 충청도 등지로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당시 계룡산에 있는 동학사를 들렀는데, 동학사 앞 계곡 광장에서 벚꽃축제를 하고 있었다. 부산은 4월 초에 이미 벚꽃이 다 졌는데 거기는 이제 한창이었고, 축제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봄꽃을 만끽하면서 제대로 된 꽃놀이를 하였다.
그런데 그때 문득 든 생각이, 만약 제주에서 3월 중순에 벚꽃을 구경한 후, 부산과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로 계속 올라가면서 벚꽃을 구경하면, 한 달 내내 꽃을 구경할 수 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만약 한 달 내내 단풍을 구경하고 싶다면, 설악산에서부터 대전 대구를 거꾸로 내려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거꾸로 달리면 한 달 내내 꽃구경을 하고 한 달 내내 단풍놀이를 할 수 있는데, 우리 인생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동을 열심히 하면 신체 나이도 더 젊어지고, 좋은 약을 먹고 바르고 성형수술을 하면, 피부가 탱글탱글해지고 더 아름다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아무리 많이 달려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심장은 점점 식어가고, 아무리 좋은 약을 먹고 발라도 주름과 흰머리는 늘어가고, 아무리 정교한 성형수술을 해도 나이 들면 다 쳐져 더 흉해져 가니, 육신은 결코 되돌릴 수가 없다. 그나마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젊어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저 아이처럼 비우고, 그저 아이처럼 웃는 것 아닐까?
2021-04-29(목) 09: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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