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연결되어있어 이기철  (Homepage) 2024-05-26(일) 07:23:19, 90807

≋ 박남준 ≋ 안녕♡바오 시집, ‘어린 왕자로부터 새드 무비’를 낸 후 3년 만에 시인은 동화 에세이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어린 왕자에 관한 이야기가 잘못 알려져 오해를 살만한 일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먼저 드러낸다. 첫 문장에서부터 느닷없이 생텍쥐페리를 고발하겠다고 벼른다. 그가 밝힌 죄명은 바오밥 나무를 무고한 죄, 그러므로 세상에 나온 모든 ‘어린 왕자’를 회수하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라고 요구한다. 존재해서는 안 될 악으로 규정해 별들을 망가뜨리고 파괴하는 나쁜 나무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따라서 책 내용은 그 오해들을 바로잡기 위해 쓴 ‘짭짤하고 삼삼한 보고서’라고 너스레 떨 듯 말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직접 마다가스카르로 날아가 그들을 만났고 그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기에 가능했다. 시인은 왜 그 먼 곳까지 날아갔을까? (몸도 불편했던 때에) 집 마당에 깔아 놓은 왕마사토는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나지만 그에게는 ‘사막사막’으로 들렸다. 꿈을 꾸면서도 ‘바오’를 만날 정도였으니… 국내 한밭수목원, 세종수목원 등에도 이 나무는 있다. 시인은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서 친견했지만 반갑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는 동물원에 갇혀있는 사자 같아서. 그는 생텍쥐페리가 가보지 않은 마다가스카라에서 바오밥 나무를 마침내 만난다.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일 등 그 과정은 비록 어렵고 힘들었지만. 책 전반부는 유년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그가 품었던 결심 등을 펼쳐 놓는다. 이 모든 것은 ‘만남’이 예견된 여정(旅程) 일부분이다. 여행 전 시 한 편을 썼다. ‘바오밥 나무에서 내려오는/ 별들의 밤하늘을 보러 갈 것이다/ 나무 아래 누우면/ 바오밥 나무는/ 가지가지 다가와/ 앉거나 서 있고 기대거나/ 개구쟁이처럼 물구나무로 매달려 부르는/ 별들의 노래를 들려줄 것이다/ 날마다 나는/ 이 바오밥 나무에서 저 바오밥 나무까지/ 걸어가고 걸어 올 것이다.’ 마침내 시인은 그 나무에 내려오는 별과 은하수, ‘별 떼’들에 갇혀 현지에서 스케치북을 꺼내 그리고 썼다. ‘보아뱀’도 만났고.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닮은 나무는 주변에 사는 식물들을 위해 가지를 넓게 뻗지 않고 햇살도 골고루 나눌 줄 아는 배려심을 지니고 있다. 또한 둘레가 너무 커서 다른 쪽에서 나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무이기도 해서 슬픔조차 숨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몸 안에 물을 많이 품고 있어서 목마른 이들에겐 생명수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닌가? 그는 일행이 머문 호텔 망가 롯지에서 프랑스 주인으로부터 페트병에 가득 담긴 바오밥 나무 씨앗을 얻게 된다. 바오밥 나무 종류 중 제일 좋아하는 그랑디디에. (참고로 바오밥 나무는 지구상에 9종이 있다. 한 종은 호주, 2종은 아프리카, 나머지 6종은 마다가스카르) 여지없이 이 씨앗들은 이웃과 지인들에게 나눔 하는 한편 홑꽃 흰동백, 우포늪 가시연꽃, 비파나무, 치자나무, 해당화, 산수유, 수국, 깽깽이풀, 눈새기 꽃, 산작약, 상사화, 범부채 등이 어울렁더울렁 함께 모여 사는 마당에 ‘바오’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다. ‘나도 글 쓰는 사람이 되면 동화 한편은 써야지’ 했던 다짐은 먼저 이 책에서 아주 긴 동시로 선보였다. 시인에게는 반드시 돌려줘야 할 감동의 빚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어린나무와 눈인사를 나누며 ‘안녕 바오’한다. 자신은 나무가 기대 살 수 있는 ‘낮은 언덕’임을 자처하면서. 육아일기 쓰듯 육모 일기도 거르지 않고 기록한다. 눈이 내리지 않는 곳에서 데려온 바오에게 첫눈 구경도 시켜주고 자장가 부르듯 노래도 불러준다. 시인은 얼마 전 모 여고에서 바오밥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줬다. 이 자리에서 약속하나를 떠올렸다. 2쇄부터 나오는 인세 전부는 마다가스카르 바오밥 나무를 보호하는 단체나 그곳 아이들을 위해 쓰겠다고. 또 책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강연비를 아끼고 쪼개서 바오와 거기 사는 친구들에게 나누겠다는 결심도 밝혔다. 글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너의 슬픔이 나에게, 너의 외로움과 쓸쓸함도 나에게 연결돼있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이내 알게 될 거야. 거봐. 그래. 벌써 알고 있었던 거지. 바오!!!’ ☞ [울산제일일보 * 이기철 작가와 ‘책 한 권 드실래요?’]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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